태연, 조련퀸에서 실력파 디바로… 그 힘찬 날갯짓 [리뷰]

입력 2016-07-10 21:34 수정 2016-07-10 21:46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리병 안에서 날갯짓을 하던 작은 나비.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바깥세상으로 나섰다. 두 날개에는 왠지 더 힘이 실린다. 이제 됐다. 더 멀리 날아갈 채비를 마쳤다.

소녀시대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태연(본명 김태연·27)이 솔로가수로서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했다. 9~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그의 첫 단독 콘서트 타이틀은 그래서 ‘태연, 버터플라이 키스(TAEYEON, Butterfly Kiss)’다.

이번 공연에서 태연은 가수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발산했다. 이토록 노래와 춤 실력이 두루 출중한 여가수는 드물다. 그뿐인가. 섹시함부터 청순함, 귀여움, 발랄함, 여성스러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매력도 선보였다. ‘조련 퀸’다운 애교와 넘치는 센스는 역시 따를 자가 없었다.

커다란 나비 모형으로 양옆이 장식된 무대.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나비가 날아오르는 영상과 함께 태연이 등장했다. 핑크빛 야광봉을 든 3000여 관객은 일제히 환호했다. 이튿날 공연에 임한 태연은 전날보다 침착하게 인트로를 열었다.


여성 댄서들의 봉 댄스와 함께 섹시한 분위기로 시작한 공연은 ‘업 앤 다운(Up & Down)’ ‘굿 싱(Good Thing)’ ‘패션(Fashion)’으로 이어졌다. 블랙 재킷과 핫팬츠 차림으로 오프닝 무대에 선 태연은 한층 과감한 차림으로 순간 변신했다. 민소매 탑과 시스루 카디건을 걸치고 ‘톡 톡(Talk Talk)’ ‘나이트(Night)’를 불렀다.

돌출무대로 이동하자 객석은 더 흥분했다. 잔뜩 뜨거워졌던 공기는 태연의 청아한 목소리로 안정을 되찾았다. 살며시 눈을 감은 태연은 ‘레인(Rain)’과 ‘쌍둥이 자리’를 선사했다. 가벼운 몸짓으로 음악을 느끼면서 안정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7곡을 연이어 부른 뒤에야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태연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시작부터 큰 함성을 들려주셔서 너무 고맙다”며 “(멤버들 없이) 혼자서 큰 무대를 채우려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말했다. 짧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미니 1집 수록곡 ‘먼저 말해줘’를 읊조리듯 노래했다.

연보랏빛 원피스로 갈아입고 등장한 태연은 히트 OST곡들을 선보였다. 가녀린 톤으로 ‘만약에’를 부르다 수줍은 소녀의 표정으로 ‘들리나요’ ‘사랑해요’까지 소화했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로 무대가 마무리되자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고맙습니다. 흐흣.” 태연은 어깨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고는 자연스럽게 멘트를 이어갔다. 이때 갑자기 들어온 속보. SBS ‘인기가요’에서 신곡 ‘와이(Why)’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 순간 눈시울이 붉어진 태연은 “뜻밖의 소식이라 너무 놀라서 울 타이밍 아닌데 살짝 울 뻔했다”면서 스스로에게 “잘 참았다”고 칭찬했다. 바로 무대를 재개하고는 ‘제주도 푸른밤’ ‘아틀란티스 소녀’를 경쾌하게 불렀다. CF에 삽입돼 인기를 끌었던 리메이크곡들이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고 발랄한 차림으로 변신한 태연은 ‘와이’ ‘핸즈 온 미(Hands on Me)’ ‘스타라이트(Starlight)’ 무대를 펼쳤다. 이제 완전히 몸이 풀린 듯 자연스럽게 관객 호응을 유도했다. 게스트 딘(DEAN)의 등장으로 다소 어색해진 상황에도 애교어린 멘트로 분위기를 풀어갔다.

하얀 원피스 차림으로 조곤조곤 부른 ‘비밀’은 맑은 음색이 돋보였다. “팬들께 꼭 들려주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며 선보인 자작곡 ‘프레이(Pray)’는 뭉클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미니 1집 타이틀곡 ‘아이(I)'가 시작되자 이번엔 객석이 바빠졌다. 깜짝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미리 준비한 종이 슬로건을 꺼내 머리 위로 높이 들어보였다. ‘또 기다릴게. 더 기대할게.’ 그 진심에 감동한 태연은 행복한 표정으로 객석 이리저리 훑었다. 애써 눈물을 참았는데, 어느새 그의 두 눈은 보석처럼 빛났다.


암전된 공연장. ‘김태연! 김태연! 김태연!’ 한 마음이 된 팬들의 외침 속에 앙코르 무대가 펼쳐졌다. 소녀시대와 태티서 멤버이기도 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듯, 태연은 ‘트윙클(Twinkle)’ ‘스트레스’ ‘지(Gee)’를 선곡했다. 멤버들의 빈자리는 팬들의 떼창과 함성으로 채워졌다.

소녀시대의 윤아·수영·티파니가 이날 공연장을 직접 찾아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2시간여 공연 시간 내내 리듬을 타며 흥겹게 공연을 즐겼다. 이들을 발견한 태연은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멤버들도 그런 그를 향해 양손을 힘껏 흔들었다.

핑크빛 드레스를 차려입고 부른 끝 곡 ‘UR'으로 공연은 마무리됐다. 무반주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온통 분홍빛이던 2층 객석이 무지갯빛으로 변했다. 꽃가루와 조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태연의 청아한 고음이 대미를 장식했다.


막바지 상영된 메이킹 비하인드 영상에서 태연은 10년을 함께해온 팬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진짜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제는 팬이라는 단어보다 가족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들. 여러분이 곁이 있어 음악을 하는 내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아직 많아요. 여러분과 계속 기쁘고 행복한 일들을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팬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은 듯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퇴장하는 태연을 바라보며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것도 아주 목청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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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