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6일 간의 네팔·부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대권 경쟁도 재점화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장외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한 안 전 대표는 국회 활동에 매진하며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원외 인사’로 돌아간 문 전 대표는 히말라야 트레킹과 네팔·부탄 방문에서 ‘국민행복론’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들고 귀국했다. 그는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의 목적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과 분노를 풀어주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귀국 일성으로 쏟아낸 ‘국민행복론’이 내년 대선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류 진영의 한 의원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근본적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측근인 더민주 김경수 의원의 상가에서 “전지훈련을 다녀온 것”이라고 말해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전 대표는 다음달 27일 열릴 전당대회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러나 주요 당권 주자인 송영길 추미애 의원 등이 모두 공개적으로 문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이 시·도당 위원장 선거 출마 계획을 밝히고 있어 현실정치와 거리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 전 대표는 당분간 경남 양산 자택에 주로 머물며 여행 소회와 우리나라 국가적 과제 등을 담은 내용의 책을 쓸 예정이다. 책은 오는 10월쯤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생 관련 현안에는 적극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평의원’으로 돌아간 안 전 대표는 일단 의정 활동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안 전 대표 측 인사는 “대표직을 그만 둔 만큼 당분간 국회 상임위 활동과 결산 국회, 국회 미래일자리 특위 등을 중심으로 평의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으면서 ‘암중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8일 대표직 사퇴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외부 강연에 나섰던 만큼 본인의 정치 입문 발판이 된 ‘강연 정치’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안 전 대표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11일 자신의 최측근인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 및 이번 총선 홍보비 파동의 핵심 인물인 김수민 의원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구속될 경우 새정치를 표방하며 출범했던 국민의당은 물론 안 전 대표 본인의 도덕성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장외서 뛰는 文, 국회·강연 집중하는 安 … 文 귀국에 다시 불붙는 文·安 대권 경쟁
입력 2016-07-10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