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발간한 사화집 ‘문학산’에 수록된 창씨개명 미화(美化) 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인천민예총에 따르면 인천시가 지난해 ‘2015유네스코 책의 수도 인천’을 기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을 소재로 한 시들을 선별해 묶어낸 ‘문학산’이란 제목의 이 시 선집에 실린 한 편의 시가 바로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의 하나였던 ‘창씨개명’을 미화한 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시의 주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오후/우리 담임 선생님이 /창씨개명을 설명하시며 /선생님도 이름을 바꾸셨다고 /칠판에 靑松波氏(아오 마쓰나미요)라고 쓰셨다/집에 돌아가 우리 선생님이 창시개명해서/ 靑松波氏 선생님이라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도 당장 말씀 하셨다 /아 이름 한번 예쁘구나/ 너희 선생님은 詩人이시구나/ 종이에다 붓으로 먹물을 찍어/ 靑松波氏 라고 쓰며 계속 감탄하셨다”
이 단체는 “이 시집이 배포된 인천 중·등학교 국어 교사들이 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며 “문제는 시 선집 ‘문학산’이 특정 문학단체 혹은 동호회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한 동인지 성격의 작품집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작품집은 엄연하게 인천시가 시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만든 공적인 출판물”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혈세를 올바로 집행해야 하는 인천시는 물론 작금의 논란을 만들어 낸 선정 주체들(자문위원단)은 어떠한 형식으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자문위원단 중의 한 분은 인천시립 박물관장이자 인천시 시사편찬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분”이라며 “시의 역사를 편찬해야 하는 위원의 역사 인식이 이처럼 안일하다면 과연 제대로 된 인천의 역사가 기술될 수 있겠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 단체는 마지막으로 “시 차원에서의 사과는 이루어졌다”면서 “문제는 자문위원단의 경우인데, 앞서 기술한 맥락에서 볼 때 ‘유감으로 생각한다’에 그친 그분들의 의사 표현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유체이탈적인 포즈가 아닐 수 없다”고 따졌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인천민예총, 창씨개명 논란 시 수록 '문학산' 자문위원 책임요구
입력 2016-07-10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