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로 후끈 달아오른 주말, 온라인은 난데없는 젓가락질 논쟁으로 뜨거웠습니다. 한 네티즌이 올린 소개팅 사연 때문인데요. 삽시간에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네티즌은 정말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났는데, 딱 한가지 그녀의 젓가락질이 눈에 거슬렸다면서 8일 밤 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이날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에 대해 “얼굴도 몸매도 성격도 피부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며 호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이성적 끌림은 거기까지였나 봅니다. 여성과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했는데 젓가락질을 이렇게 한다면서 그 모습을 재연한 사진까지 찍어 올렸습니다.
재연해 올린 젓가락질 사진을 보면 주먹을 쥐고 손가락 사이에 젓가락을 끼워 가위질처럼 하는 서툰 모습입니다.
그는 “스스로 꽉 막히고 고지식한 사람은 절대아니라고 평소에 생각하고 살았는데, 모든 부분에서 마음에 들었던 여자가 단지 저렇게 젓가락질을 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정이 떨어졌다”며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아직까지 저렇게 젓가락질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고지식한 건가요? 다른 분들은 그냥 넘길 수 있을 만한 부분인가요”라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젓가락질 하나로 가정교육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일부는 “젓가락질 잘해야지 밥 잘먹나? 그냥 혼자 살아라”라고 힐난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뽀로로 젓가락 하나 사 주고 연습 시키세요”라는 진지한 답을 내놓아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의 지적대로 ‘젓가락질=가정교육’은 지나친 억측일 수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이 젓가락질을 오늘날처럼 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상님들은 젓가락보다 숟가락을 더 중시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식단이 밥과 국 위주였기 때문입니다(관련기사: ).
음식인류학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는 ‘올바른 젓가락질=올바른 식사예절’ 인식은 일제 강점기 이후 형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학계에선 1960∼7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젓가락 담론’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올바른 젓가락질’ 인식이 굳어졌다고 봅니다.
사연을 올린 네티즌이 젓가락질 때문에 마음에 쏙 드는 여성을 만나지 않겠다는 건 자유입니다. 그런데 꼭 젓가락질 잘해야지 밥 잘먹고, 가정교육 잘 받은 사람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당신의 사연이 뉴스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