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잘 봐달라" 금품받은 교사, 항소심서 '유죄' 선고

입력 2016-07-08 18:10 수정 2016-07-08 18:15
학무모에게 “우리 아이를 칭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 460만원을 받은 초등학교 교사가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은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부정한 청탁’의 정의를 다르게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8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사립초등학교 교사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각각 벌금 400만원,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4년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했다. 그해 3~9월 학부모 2명에게 상품권 230만원과 현금 200만원, 공진단 30만원 등 금품 46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금품을 건넨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특별히 칭찬과 격려를 해 주고 혼이 나지 않도록 해 달라’ ‘각종 대회 선발에 우선권을 부여해 달라’ ‘학생 생활기록부를 좋게 기재해 달라’고 부탁했다. 

같은 학교 3학년 교사로 근무한 B씨도 ‘우리 아이가 성적 부족으로 혼나는 것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학부모에게 상품권 100만원, 현금 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배임수재죄는 재물이나 이익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없는 한 성립하지 않는다”며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학부모들 청탁이 통상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부탁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거나 위법한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은 업무상 배임에 이르지 않아도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며 “사립학교 교사라 할지라도 공무원인 국공립 교사와 신분상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법령상 청렴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교직에 종사하는 피고인들이 교사로서 요구되는 청렴의무를 저버리고 금품을 수수해 학생과 학부모,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