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의 공포 ‘파와하라’… 상사 폭언에 시달린 경찰관 2명 잇따라 권총 자살

입력 2016-07-08 10:51 수정 2016-07-10 15:34
최근 상관의 모욕과 폭언에 시달린 검사의 자살이 논란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경찰관 2명이 한 명의 상사 때문에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일본 경찰 (사진=위키피디아)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 덴엔조후 경찰서에서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잇따라 소속 경찰관이 경찰서 안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지난해 10월 자살한 A 경부보(29)가 소지했던 수첩에는 상사의 이름과 비판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때문에 상사와의 갈등이 자살 원인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경시청은 직원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파와하라’는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파와하라는 직장에서 상사가 폭언과 모욕 등 괴롭히는 것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지난해 10월 자살한 A경부보가 휴대하고 있던 수첩. 이 수첩에는 상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진=아사히신문 캡처)

그런데 지난 2월 같은 경찰서에서 B 경부보(53)가 또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의 수첩에도 넉 달 전 자살한 A 경부보가 비판했던 상사가 언급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시청은 이 사건 역시 “파와하라와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시청은 “직원들의 자살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사실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원인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해당 상사는 훈계 처분만 받았으며 지난달 사직했다.

A 경부보 부모는 자살한 A경부보가 해당 상사로부터 평소 “쓰레기 같은 놈” 등 심한 모욕과 질책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경위로 승진할 때만 해도 “처음으로 인생을 개척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으나 8월 덴엔조후경찰서에 부임하면서 식욕부진 증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B 경부보를 만났던 지인도 “평소처럼 직장 이야기를 하는데 눈꼬리를 세우고 상사를 비난했다”며 “안색이 안 좋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회고했다.

일본 경시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파와하라 혐의로 징계처분을 받은 경찰관은 5명에 불과하지만 파와하라로 인한 경찰관 자살 사고는 2014년 이후 끊이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다무라 마사히로 전 경찰대 교장은 “경찰 조직은 범죄나 재해 등 위험한 업무가 많아 엄격한 상명하달 문화가 만연해 있다”며 “그만큼 파와하라가 발생하기도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