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도 하남에서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은 사건은 작년 7월 경기도 부천, 2013년 서울 중랑구·양천구, 인천 부평구 등에서도 일어난 바 있어 공동주택 층간 소음 갈등이 이웃 간 살인까지 부르는 사회적 문제로 또다시 부각됐다.
한국갤럽이 2016년 7월 첫째 주(5~7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현재 살고 있는 주택 형태를 물은 결과 '아파트/주상복합'(55%), '연립/다세대/빌라'(17%) 등 공동주택 74%, 단독주택 26%로 나타났다. 연령별 공동주택 거주 비율은 20~40대에서 80%를 넘었고, 50대는 71%, 60대 이상은 57%였다.
공동주택 거주자 741명에게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층간 소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물은 결과 '매우 심각하다' 12%, '조금 심각하다' 18% 등 31%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39%, '전혀 심각하지 않다'는 29%였다.
현 거주 주택의 층간 소음 문제를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남성(26%)보다 여성(35%), 특히 상대적으로 집안 체류 시간이 긴 가정주부(42%)에서 많았다.
지난 2013년 2월 서울 중랑구·양천구 층간 소음 살인 사건 발생 직후 조사에서는 42%가 '심각하다'고 답한 바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11%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들은 층간 소음 저감을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불과 3년 5개월 만에 공동주택 상당수에 차음(遮音) 시공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층간 소음 심각성 인식이 감소한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정도로 추측된다.
첫째, 공동주택 거주자의 경각심 제고와 자구책 마련이다. 분쟁은 여전히 끊이지 않지만 2013년 연이어 발생한 층간 소음 살인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 언론,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등에서 층간 소음에 대한 주의 당부와 이웃 간 배려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이러한 노력이 일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조사 시기의 계절적 차이다. 2013년은 겨울인 2월, 올해는 여름인 7월에 조사가 이뤄졌다. 주요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층간 소음 관련 민원이나 분쟁은 겨울에 집중된다고 한다.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 창문을 닫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층간 소음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거주자 중 23%는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집에 항의한 적이 있고, 이웃집으로부터 항의 받은 적 있는 경우는 19%로 나타났다. '항의한 적 있다'는 응답은 30~50대(약 25%)가 20대와 60대 이상(20% 미만)보다 상대적으로 많았고, '항의 받은 적 있다'는 40대(30%)에서 두드러졌다.
층간 소음 관련 민원 분석에 따르면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소음 유발 원인 1순위로 꼽히는데, 40대는 유·청소년 자녀 부모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다.
현 거주 주택의 층간 소음 심각성 인식은 2013년보다 감소했으나, 이웃집 항의 경험률에는 큰 변화 없었다. 참고로 2013년 조사에서는 공동주택 거주자의 17%가 '층간 소음 때문에 이사를 고려한 적 있다', 60%는 '천만 원 더 비싸더라도 층간 소음 적은 아파트를 사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23%(총 통화 4,295명 중 1,002명 응답 완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