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한 대기업이 자사의 블로그 글을 지웠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7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던 중 미국 울워스사(社)의 쥐덫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울워스라는 쥐덫 회사가 있는데 여기서 만든 쥐덫은 한번 걸린 쥐를 절대로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고,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으로 만들어 발전시켰다”며 “지금 쥐덫을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서도 이런 정신은 우리가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다”고 강조했다. 성장 수출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유망품목을 발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울워스의 쥐덫이 업계에서 ‘쥐덫의 오류’라고 쓰이며 경영 실패 사례로 인용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19일 LG CNS는 자사 블로그에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울워스의 쥐덫에 대해 '쥐를 잡는 것 뿐 아니라 디자인이나 위생 측면에서도 뛰어난 제품'이라고 평했다. 또 '세척 후 다시 사용이 가능하며 가격도 기존 제품과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쥐덫은 결국 실패했다. 사용자들은 쥐가 잡혀 있는 쥐덫을 처리하기 힘들어 쥐와 함께 쥐덫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새로운 쥐덫은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다시 사용하기에는 불쾌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구식 쥐덫으로의 회귀를 선택했다. LG CNS는 글에서 "울워스의 쥐덫은 제품의 성능과 품질만 좋으면 고객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잘 팔릴 것이라는 ‘제품 중심적 사고의 오류’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 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상황에 맞지 않는 사례를 든 셈이다.
논란은 LG CNS가 7일 정오 해당 글을 블로그에서 삭제하면서 불거졌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논란이 될 걸 우려해 지난해 작성한 글을 삭제한 것이다. LG CNS 관계자는 “블로그 담당 직원이 한 기자로부터 블로그에 울워스의 쥐덫과 관련된 글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괜히 논란이 커질까봐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과잉 반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례를 잘 못 든걸 가지고 블로그를 수정하는 것 자체가 청와대 한마디에 넙죽 엎드리는 한국 경영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