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 범죄자로 제재 대상에 올린 것과 비슷한 시점에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이례적인 메시지와 함께 ‘조선반도 비핵화’의 5가지 선제 조건을 제시했다. 한반도 비핵화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북한의 시도에 미국의 추가 제재가 맞물리면서 향후 남북관계 역시 한층 복잡다난한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며, 김 위원장의 영도를 따르는 노동당, 군대, 인민의 의지”라고 강조하면서 미국과 한국 정부에 비핵화를 위해 5개항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북한이 요구한 5개항은 남한 내 미국의 핵무기 모두 공개, 남한 내 모든 핵무기 및 기지 철폐와 검증, 미국의 핵타격수단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는다는 보장, 북한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불사용 확약, 핵사용권 가진 미군철수 선포 등이다.
북한의 이 같은 성명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7일 “미국이 (추가 제재 등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은 대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상황을 어렵게 하는 것은 미국임을 밝히는 ‘명분쌓기’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북한의 최고존엄인 김정은을 직접 겨냥하면서 남북관계 역시 ‘강대강’의 대결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미·북 간 엇갈리는 시그널이 한반도 국면을 더욱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도 이미 남북관계가 더 나빠지기 어려운 경색 국면을 겪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인권 제재 만으로 북한이 당장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등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북한이 중국과 ‘비핵화’ 관련 조율을 계속하면서 대화의지에 대한 명분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하반기에 군사적 긴장 조성을 통해 미국과 남한 등 국제사회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은 조평통 등 각종 단체와 기관을 경쟁적으로 동원해 대미 비난과 말폭탄을 이어가고, 실질적인 무력시위는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실질적 대응을 아끼는 것은 8월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 때문”이라면서 “훈련이 임박한 시점에서 단거리나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한 중강도 군사 대응이나 핵실험 등의 고강도 대응이 준비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미국, 김정은 인권제재 이후 남북관계는
입력 2016-07-07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