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출마 가능성 높아지자 목소리 키우는 비박

입력 2016-07-07 16:27 수정 2016-07-07 16:37

최다선 서청원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새누리당 전당대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최경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서 의원의 출마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친박 진영에선 “사실상 서 의원의 출마 선언만 남았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다만 친박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다 ‘친박 패권주의’를 부각시키는 비박(비박근혜)계 반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 변수다.

친박계 한 의원은 7일 “결국에는 서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한 측근은 “서 의원이 박근혜정부 임기 후반인 데다 당이 어려운 시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다.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비박계 한 중진의원도 “최근 서 의원의 기류가 완전히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전당대회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서 의원이 어떤 형식으로든 ‘시그널’을 받고 마음을 굳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 의원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절대 안 나간다.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었다.

이날 이정현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친박 전열이 이미 흐트러졌다는 해석도 있다. 이 의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당 대표가 되려는 목적은 하나”라며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다. 친박 후보 단일화 여부에 대해선 “당대표는 계파나 당내 분열의 중심 또는 당의 화합을 깨는 중심에 서는 자리가 아니다”며 당권 레이스를 완주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보도 외압 의혹에 대해선 “이미 충분히 입장을 밝혔다”고만 했다.

이 의원뿐 아니라 홍문종 원유철 의원 등이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의 득표력도 변수다. 친박계로선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전환 결정으로 표 분산 우려가 커졌지만 컷오프(예비경선) 도입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컷오프를 통해 ‘친박 대 비박’ 구도가 선명해질 경우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당 혁신비상대책위는 “당대표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컷오프 도입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 출마를 종용했던 한 의원은 “서 의원에게 출마를 요청했던 의원 10여명만 움직여도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결국 서 의원에게 힘이 쏠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이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오자 비박 진영도 일제히 목소리를 키웠다.

서 의원이 나설 경우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손을 잡거나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인 나경원 의원이 서 의원 대항마로 나선다는 시나리오까지 나돌았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물밑 움직임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친박의 기세가 높았던 2년 전 전당대회에서도 김 전 대표가 서 의원을 누르고 승리한 바 있다.

김용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하기 어려운 흐름이 있다”며 “이번 당 대표 경선 구도는 과거로의 회귀냐, 현실과의 어정쩡한 봉합이냐, 새로운 미래의 시작이냐, 이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혜훈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실상 최경환 의원이 친박의 좌장 아니냐”며 “최 의원이 불출마하니 다른 사람을 닭 대신 꿩이란 식으로 출마해 달라면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잡겠다는 것으로 비친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