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첫방? 김우빈 하드캐리가 다했네

입력 2016-07-07 01:52

김우빈의 화려한 액션으로 정신을 쏙 빼놓더니 어느새 감정의 소용돌이로 끌고 들어간다. 수지의 싱그러운 연기가 중간 중간 경쾌함을 불어넣는다. 이경희 작가의 감각적인 색채는 72분 내내 듬뿍 묻어난다. KBS의 자신감, 그럴 만했다.

‘태양의 후예’의 뒤를 이을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KBS 2TV 새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6일 첫 방송을 통해 베일을 벗었다. 탄탄한 전개가 예고됐다. 1회부터 주인공 신준영(김우빈)이 시한부 환자라는 사실을 공개해버린 건 파격이었다. 막바지 약간의 반전을 곁들여 한층 흥미를 더했다.

준영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톱 한류스타. 드라마 촬영을 하다가도 본인 성미에 차지 않으면 촬영을 거부해버리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다. 온 몸을 던져 액션신을 찍던 준영이 갑자기 “나 이렇게는 못 죽겠다. 대본 고쳐달라”는 말만 남기고 떠나자 촬영장은 발칵 뒤집혔다. 당장 방송 펑크가 나게 생겼다. 작가와의 불화설이 터지고 “톱스타의 슈퍼갑 횡포”라는 악플이 달렸지만, 이런 준영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피 분장도 제대로 지우지 못하고 준영이 찾은 곳은 병원이었다. 의사를 만나자마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본인이 현대의학으로 고치기 힘든 병에 걸렸고, 살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진단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거였다.

참담해하는 준영의 속을 알 리 없는 매니저는 전화를 걸어와 “드라마에서 이번 한 번만 얌전하게 죽어주자”고 애원했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두 눈을 감은 준영의 입이 파르르 떨렸다.


노을(배수지)은 뇌물을 받는 데 거리낌이 없는 다큐멘터리 PD. 한 기업이 산업 폐수를 불법 방류했다는 특종을 잡고 장기간 취재했으나 고작 500만원에 방송 자체를 접어버렸다. 돈밖에 모르는 속물로 보이는 그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어 보인다. 받은 돈 중 495만원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채무자에게 입금했다.

5만원권 한 장 챙기려 했지만 이마저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넣어버렸다. 그때 높은 빌딩 전광판에 준영이 출연한 광고가 나왔다. ‘당신 수고했어요 오늘도.’ 광고 카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을은 눈시울을 붉혔다.


준영은 연예인 되기를 반대했던 어머니(진경)의 마음을 아직 풀지 못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 찾아가 “육개장 한 그릇만 달라”고 주문했지만 어머니는 그를 아예 모른 척해버렸다.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은 듯 준영은 태연하게 집으로 돌아와 라면을 끓여먹었다. “나 곧 죽으니까 후회하기 싫으면 육개장 내놓으라고 불어버릴까?” 자신의 곁을 지키는 강아지에게만 씁쓸한 속마음을 털어놓을 뿐이다.

뇌물 수수 사실이 알려져 회사에서 해고당한 노을은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다른 테이블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다. 신준영과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했는데 그가 입장을 번복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프로덕션 관계자들의 대화. 솔깃한 노을은 자신이 준영을 설득해줄 테니 대신 취직을 시켜달라는 제안을 했다.


다음날 바로 준영의 집에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노을은 굴하지 않고 하루 종일 현관 앞에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 다음날 준영이 외출하러 나왔을 때 다시 나타난 노을은 대뜸 그의 차에 올라탔다. “셋 셀 동안 내리라”는 경고에도 노을이 막무가내로 버티자 준영은 미친 듯이 도로를 내달렸다.

멀미로 구토까지 하는 노을을 차도에 내버려두고 떠났던 준영은 불현듯 걱정이 되어 돌아왔다. 저 멀리 걸어가는 노을에게 달려가 대뜸 “너 나 모르냐”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노을은 말을 돌리려 했지만 준영은 재차 “나 모르냐”고 윽박을 지렀다. 감정이 격해진 준영을 향해 노을은 담담하게 답했다. “알아. 이 개자식아.”


이날 방송은 두 사람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절묘하게 마무리됐다. 학창시절 친구 이상의 사이였던 두 사람은 가슴 아픈 사건을 겪은 뒤 헤어졌다. 첫 회 잠깐 등장한 국회의원 최현준(유오성)과 그의 아들 최지태(임주환)가 이 과정에 어떤 관계로 얽혀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첫 회부터 액션과 신파, 멜로까지 풍성하게 담겼다. 진부하지만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7일 방송되는 2회에서는 준영과 노을의 과거 풋풋했던 알콩달콩 로맨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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