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다, 아니다' 불편 논란 중인 새빨간 생리대 시위

입력 2016-07-07 00:05 수정 2016-07-07 00:05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거리에서 열린 생리대 시위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문제는 '깔창 생리대' 인데 웬 생리혈이냐" SNS 비판…

'그래도 비싼 생리대, 복지 논의 이끌어' 의미 공감·지지도

 최근 서울 곳곳에서 '생리대 시위'라는 것이 펼쳐지고 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치열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찬반 의견이 성별로 나뉜 것도 아니었다. 여성 중에서도 생리대 시위가 불편하다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생리대 시위를 둘러싼 찬반 의견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맹렬했다.

먼저 '생리대 시위'가 무엇이고 왜 시작됐는지 알아야 한다. 생리대 시위는 생리혈이 묻은 혹은 그것이 묻은 것 같이 보이는 생리대를 벽에 붙이며 시위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이런 생리대 시위가 있었다. 주최측은 일반 참여자에게 생리혈을 진짜 묻히거나 생리혈처럼 보이는 빨간 물감을 생리대에 묻혀 오길 권했다.
사진=뉴시스

인사동 시위 이전에도 버스 정류장 등지에서 기습적으로 이런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위는 어떤 단체 주도했는 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인사동 생리대 시위 이전 한 버스 정류장에 나붙은 생리대 모습

생리대 시위는 본보가 5월말 보도한 가 시발점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을 올린다는 보도에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그날을 두려워하는 소녀가 많다'는 참혹한 현실이 알려졌고, 본보가 이를 보도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했다. 이후 많은 지자체와 정치권이 저소득층 소녀를 위해 움직였다.

'깔창 생리대' 이슈는 다시 생리대 가격 논란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싼 제품도 많다"거나 "하루 2개면 되는데 그것도 못산다는게 말이 되냐"는 식의 반박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속출했다.

'생리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탄식이, '생리에 대한 혐오, 더 나아가 여성에 대한 혐오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눈길을 끌기 위해 '피 묻은 생리대를 붙이자'는 행동으로 이어져 생리대 시위가 시작됐다는 주장이 인터넷으로 퍼지고 있다.박삼용 광주 구의원이 지난달 광산구의회 회의장에서 "생리대라는 말이 거북하니 위생대라고 하면 대충 다 알아들을 것"이라는 발언도 이번 생리대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도 비싼 생리대를 말하는데 굳이 붉은 생리혈이 등장해야 하냐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웹툰작가 윤서인은 생리대 시위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커뮤니티에는 '생리대 시위가 너무 불편하다' '왜 저러는 지 모르겠다' 등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생리대 시위가 아닌 '생리대 테러'라고 표현하는 이도, 생리대를 '똥기저귀' '정액 묻은 팬티' 등에 비유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그런 곳엔 꼭 "생리가 왜 더럽냐" "생리에 대해 모른다"는 면박성 반박이 달렸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생리대 시위 보도사진에 굳이 모자이크라니. 이토록 쉬쉬하는 분위기가 이해 안 된다"는 비판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생리대 시위, 더 나아가 생리혈을 둘러싼 논쟁은 비단 한국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영국의 한 여성용품 회사는 붉은피를 전면으로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 관심을 모았다. 그만큼 외국에서도 생리혈을 드러내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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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칸 남녀 대학생 6명은 생리를 터부시하는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학교 벽에 생리대를 붙였다.


한 네티즌은 "외국 사례를 접했을 때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시위를 보고 저건 좀 아니라고 순간 생각했다"는 자조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런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 빠지지 않는 반박 의견이 나온다.

"저런 시위를 하는 곳은 생리대나 탐폰이 면세가 아닌 나라이고, 한국은 생리대 면세"라는 것이다. 또 저렴한 생리대를 사서 쓰면 될 문제라는 식의 주장도 있다.

그러나 먼저 면세인 것은 맞지만 부가세가 붙은 나라보다 생리대값이 비싼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2010년 이후 생리대 가격은 20%이상 올랐다고 한다. 2004년 생리대 면세 조치를 했지만 정작 한국의 여성은 면세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사진=뉴시스


또한 저가 생리대조차 맘껏 쓰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소녀들이 우리 곁에 분명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생리대 시위 부정적 여론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혐(여성혐오)범죄에서 파생된 남혐(남성혐오)혹은 남녀 갈등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남혐 커뮤니티 '워마드'가 생리대 시위를 주도했다고 알려지면서 이 커뮤니티의 과격성에 대한 반발심이 생리대 시위에 부정적인 평가에 반영됐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일부는 "생리대 시위대가 있지도 않은 세금이 생리대에 붙었다고 주장한다"고 비아냥댄다. 생리대 세금 문구는 나중에 변경됐다.



생리대 시위에 대해 긍정적인 장문의 글을 남긴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여러 네티즌이 시위 주체가 문제있다고 지적하자 "제가 공감한 것은 생리대 문제와 관련하여 공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단체에 대해서는 더 살펴보겠다"고 댓글을 남겼다.

그러나 생리대 시위 주체가 누구인지를 떠나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보다 더 비싼 생리대,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소녀를 구제해야 한다는 논의를 끌어냈다는 점에서는 이번 생리대 시위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는 심상정 의원의 말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심상정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생리대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 싫어하는 정치인이 있을 만큼 암담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며 "생리대 문제가 가격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성평등 사회로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또 "시장의 생리에 온전히 맡겨진 생리를 구출해야 한다"며 " 깔창 생리대로 대변되는 저소득층 여성, 특히 어린 여학생들에 대한 긴급하고 효과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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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