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기강 해이’가 잇따르고 있다.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가 하면, 유흥업소 등에 단속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7개월 동안 추적해 검거한 불법 성매매 업주의 휴대전화와 통장에서 같은 경찰서 동료 경찰관 이름이 발견되기도 했다.
홍모(49)씨는 서울 마포구에서 안마시술소 형태의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만 경찰 단속에 세 차례 적발됐다. 하지만 이 업소는 간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영업을 계속했다. 홍씨에게 명의를 빌려 준 ‘바지사장’만 줄줄이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실제 업주인 홍씨를 찾아 나섰다.
경찰이 수사망을 펼치는 동안 홍씨는 한 경찰관과 ‘수상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경찰이 홍씨의 최근 1년간 통화내역을 분석했더니, 이모(42) 경사가 거의 매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경사의 이름은 홍씨의 통장에도 등장했다. 홍씨는 지난해 각각 200만원과 300만원 등 모두 500만원을 이 경사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사는 순경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마포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지난 1월 다른 경찰서로 옮겼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마포경찰서 소속 A지구대에서 근무했다.
이 경사는 지난달에 받은 참고인 조사에서 “지인 소개로 알게 된 홍씨와 10년 넘게 친하게 지내왔다”고 설명했다. 홍씨가 전화로 ‘단속에 적발됐는데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왔지만 따로 도와준 적은 없었다고 했다. 홍씨에게 받은 500만원에 대해서는 “돈이 급하게 필요해 빌렸다. 현금으로 다 갚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구속된 홍씨도 빌려준 돈이라고 진술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경사 관련 사안을 직전 소속기관이던 마포경찰서가 아닌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하도록 했다. 서대문경찰서는 단속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사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내사단계”라며 “통화 내역과 거래 내역 등을 추가로 조사해 이 경사가 단속 정보를 제공했는지, 대가성이 있는 돈이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불법 성매매 업주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금전거래를 한 부분은 ‘부적절한 행위’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불법 업주와 사적으로 접촉하는 경우에도 상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불법 성매매 업주와 1년 동안 통화하고 돈을 받은 내역까지 있다면 오해가 없도록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수상한 관계’는 이 경사뿐만 아니다.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B지구대에서 근무하던 신모(58) 경위는 불법 오락실 업주와 1년간 600여차례 연락하며 단속차량 정보 등을 건넨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신 경위는 단속팀이 근무하던 건물의 청사 관리를 맡았던 전직 경찰관으로부터 단속차량 정보를 받아 업주에게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업주와 수시로 연락하던 다른 경찰관 2명도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유흥업소 사장에게 단속 정보를 알려주고 금품을 받은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김모(43) 경사가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김 경사가 근무하는 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뇌물을 받은 경찰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을 집행하는 경찰의 유착비리는 국민의 법 불신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라며 “내부 감찰을 강화하는 등 적극 대응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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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
[단독] ‘수상한 경찰들’ 마포 이 경사, 서초 김 경사…
입력 2016-07-06 17:31 수정 2016-07-06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