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심판 이기고도 집행은 차일피일? 옛날 일!

입력 2016-07-06 14:59
소액사건 재판에서 이긴 경우 조기에 채무자의 재산을 파악, 신속한 강제집행에 나서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재산조회 요건 완화를 골자로 소액사건 강제집행 특례제도를 입법화하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소송물 가액이 2000만원을 넘지 않는 소액사건은 전체 민사사건의 70%를 차지할 정도지만, 집행절차가 비효율적이라서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었다.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발족한 상설 협의체인 ‘재판제도 개선협의회’는 지난 4일 2차 회의를 열고 소액재판 승소자가 채권 압류·부동산 가압류 등을 간편히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강제집행 특례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소액재판에서 이기고도 채권을 빨리 변제받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 법적 분쟁에서 빨리 벗어나게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와 관련한 법률안을 구체적으로 정비해 제20대 국회에서 공동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소액사건 재판에서는 강제집행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채권을 얼른 변제받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피고의 주소와 성명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피고의 재산을 탐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소액판결의 강제집행을 두고 ‘소액심판제도의 아킬레스건’이라는 비유가 생겨날 정도였다. 재판제도 개선협의회 역시 “소액채권자는 집행절차의 복잡성·비효율성, 고액의 집행비용 등으로 인해 집행의 실효성에 관해 의문을 가져 왔다”고 진단했다.

재판제도 개선협의회는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민사집행법 제정 당시 신설된 재산조회 제도 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가장 먼저 든 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자동차 사고와 관련한 소액사건 판결 집행 사례였다. 교통사고와 관련해 민사상 손해배상 판결이 나왔는데도 30일 내 채무가 변제되지 않았다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운전면허 정지를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일본은 소액소송의 경우 1회 기일 심리 종결 원칙을 따르며, 종국판결에 항소를 할 수 없게 하고 있었다. 집행절차는 별도의 집행법원이 아닌 간이재판소 서기관을 집행기관으로 간편한 압류처분과 변제금 교부 등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었다.

제도개선에 따라 앞으로 소액사건에서 집행권을 얻은 원고는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에 피고 소유 부동산, 예금의 조회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재산조회 결과를 확인한 뒤에는 정해진 서식 속에서 해당란에 체크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가압류결정 또는 채권압류 및 추심·전부명령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대부업자 등 소액채권자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특례제도에 따른 재산조회는 연 3회로 제한된다.

소액재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절차도 운용될 전망이다. 분쟁이 심한 사안에 대해서는 법조경력 15년 이상 법관이 충실히 심리하는 ‘집중심리 재판부’를 확대 운용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액재판은 일반 국민이 가장 많이 접하는 재판 영역으로 중요한 사법절차”라며 “서민의 실효적인 권리구제를 보장하기 위해 구체적인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