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성폭행 혐의가 입증되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8월부터 가정·아동·성폭력에 연루된 선수를 엄단하고 있다. 방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일간 시카고 트리뷴은 6일 “강정호가 지난달 18일 시카고 컵스 원정경기를 마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접촉한 여성을 호텔로 불러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한 여성은 23세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밤 10시쯤 강정호가 투숙한 웨스틴호텔에 도착했다. 강정호가 건넨 알콜성 음료를 마시고 15~20분 동안 정신을 잃었다. 그 시점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여성은 “택시를 타고 귀가할 때까지 완전히 깨지 못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강정호를 만나고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 시카고의 한 병원에서 성폭행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레이프 킷(rape kit) 테스트를 받았다. 여성은 열흘 뒤 경찰에 신고했다.
시카고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다. 진술 내용과 호텔 주변 CCTV를 바탕으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피츠버그는 “혐의가 얼마가 심각한지 알고 있다”며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규약에 따라 커미셔너스 오피스(Commissioner's Office)와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사법처리에 앞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징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지난해 8월22일 가정·아동·성과 관련한 폭력 방지 협약을 맺고 이에 연루된 선수의 엄단을 공표했다. 이 협약 이후부터 선수의 혐의 입증이나 사법처리와 무관하게 빠른 징계가 내려졌다.
첫 번째 사례는 뉴욕 양키스의 아롤디스 채프먼이다. 채프먼은 지난해 10월 동거녀와 다투던 중 목을 조르고 총을 발사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 1월 증거 불충분으로 채프먼을 불기소했다. 하지만 채프먼은 이미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3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콜로라도 로키스 유격수였던 호세 레예스(뉴욕 메츠)는 지난해 11월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아내가 법정 증언을 거부하고, 검찰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채프먼은 사법적인 처벌을 면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레예스에게 5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콜로라도는 지난달 레예스를 방출했다. 레예스는 지금 뉴욕 메츠에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헥터 올리베라는 지난 4월 원정경기를 떠난 워싱턴에서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사법 처리와 무관하게 지난 5월 82경기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폭력과 관련한 협약을 맺은 뒤 처음으로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선수다. 혐의가 입증돼 법적 처벌을 받을 경우 그동안의 사례보다 더 강력한 징계를 받거나 리그, 구단으로부터 퇴출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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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