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허위경력…병원 내 액자는 무죄, 블로그에 게재는 유죄

입력 2016-07-06 11:46
의사가 허위 경력을 담은 약력소개서를 액자에 넣어 병원 안에 걸어둔 것만으로는 의료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반면 허위 경력이 기재된 명패를 촬영,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한 의사에게는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허위경력을 광고한 혐의(의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치과의사 이모(59)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이씨는 2013년 ‘미국 치주과학회 정회원’이라는 허위경력을 약력소개서에 넣어 병원 내에 걸어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거짓 약력이 담긴 액자는 2005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이씨의 병원에 걸려 있었다.

하급심인 1·2심의 판단은 벌금 300만원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병원 내에 걸어둔 허위경력을 넣은 유리액자 형태의 약력소개서는 병원을 방문한 사람만 볼수 있어 전파가능성이 낮다”며 “의사의 경력을 널리 알리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유리 액자 형태의 약력서를 병원 내에만 게시했을 뿐 신문이나 잡지, 방송이나 그에 준하는 매체 등을 이용해 일반인에게 알린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의료법은 허위·과장광고를 금지하는 조항을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의료광고란 의료기술 등의 정보를 신문과 정기간행물, 방송 등 매체를 통해 알리는 개념이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거짓 표시행위에 해당할지는 몰라도 이를 걸어둔 것만으로는 거짓 의료광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같은 날 대법원은 거짓 내용이 기재된 명패를 촬영한 뒤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 기소된 의사 박모(37)씨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블로그 게시물은 일반 광고보다 효과가 커 의료법이 말하는 의료광고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박씨는 2014년 “미국 볼티모어 존스홉킨스 류머티스병원 교환과정을 수료했다”는 등의 허위 내용이 담긴 명패를 사진 촬영,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이후 1·2심에서 동일하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인터넷 블로그는 대중들과 양방향 소통을 하면서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을 유인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현대 사회에서 일반적인 오프라인 광고보다 광고로서 기능과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