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홍콩 도심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게임시리즈 ‘포켓몬스터’ 최신 버전에서 캐릭터 이름을 홍콩에서 쓰는 광둥어 발음이 아닌 표준어 베이징어 발음으로 출시한 것을 항의하는 시위였다.
닌텐도의 이번 조치에는 최근 중국 정부가 언어통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언어통제를 강화하면서 현지 기업 중에서도 이 방침을 따르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 정부는 건국 직후부터 티베트 등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을 막기 위해 언어를 강하게 통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광둥어를 주로 쓰는 홍콩 시민사회에서 반정부시위가 격화된 데 이어 광둥지역에서 북경어 대신 광둥어를 쓰는 사람이 늘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자유롭게 지역 언어를 쓰는 젊은 세대를 쉽게 통제할 수 없게 됐다는 위기감도 중앙정부가 언어통제를 강화하는 이유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모델로 삼는 사회가 영어로 통합된 미국이지만 실상은 중세 유럽에 가깝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어 관련 저서 ‘10억의 목소리(A Billion Voices)’를 펴낸 언어학자 데이비드 모서는 같은 알파벳을 썼지만 다른 의미로 통하는 유럽어처럼 중국 각 지방은 같은 한자를 쓰면서도 지방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발음을 통합하는 것 역시 의미의 통합 못지않은 골칫거리다. 글자 하나가 정해진 의미로 이어지는 중국어 체계 때문에 급변하는 시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표현을 글자로 나타내기가 힘들어져서다. 지난해 액션배우 청룽이 인터뷰에서 두앙(duang·헝클어졌다는 뜻)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를 표기할 한자가 없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