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는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메달에 도전하면서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를 경계대상 1호로 지목했다. 피지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최약체지만 ‘난적’으로 불릴 만한 이유는 있었다.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과 선수 14명은 5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트팀 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 각각 생각한 본선 전망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여기서 절반 이상인 6명은 피지를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골랐다.
한국은 조별리그 C조에서 유럽의 독일, 북중미의 멕시코, 오세아니아의 피지와 싸운다. 다음달 5일 피지와 1차전, 8일 독일과 2차전, 11일 멕시코와 3차전을 갖는다.
독일은 2010년대 들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분데스리가 선수들이 많아 C조 1위를 예약한 팀이다. 멕시코는 한국이 동메달을 차지했던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피지는 본선 진출 16개국 중 최약체로 꼽힌다. 올림픽 본선 자체가 첫경험이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86위에 불과하다. 독일, 멕시코보다 피지를 난적으로 지목한 선수들의 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선수 전원이 골문 앞을 틀어막은 ‘10백 수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회 전반의 흐름을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첫 판 상대라는 점, 방심해 이변의 희생양이 될 경우 침체된 분위기에 휘말릴 수 있는 점 역시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안기는 요소다.
미드필더 권창훈(수원 삼성)은 “피지와의 1차전이 가장 어려울 것 같다. 상대가 (골문 앞으로) 많이 내려와 경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제골을 어떻게 넣을까 하는 점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골키퍼 김동준(성남)은 “골키퍼의 입장에서 상대가 약할수록 더 까다롭다”며 “공이 (자주) 안 오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몸이 굳는다. 그 상태에서 슛을 막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센터백 송주훈(미토 홀리호크)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중요한 첫 판 상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작은 대회나 큰 대회나 첫 판이 중요하다. 첫 경기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며 피지와의 1차전에서 피지전 방심을 경계했다.
신태용 감독은 독일, 멕시코와 더불어 피지의 전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그는 “피지는 객관적으로 두 수, 세 수 아래의 전력으로 볼 수 있지만 첫 판인 만큼 선수들이 힘들어 할 수 있다”며 “일단 내용과 무관하게 이기기만 하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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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