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화계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별세

입력 2016-07-05 19:44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 예술영화로 잘 알려진 이란 영화계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지난 3월 위암 진단을 받고 프랑스 파리에서 수술을 받는 등 치료에 전념했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1979년 이란 왕정을 무너뜨린 이슬람 혁명 이후 많은 예술가가 고국을 떠났으나 고인은 4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해 이란 영화를 국제무대에 알리는 데 힘썼다. 그래픽디자이너로 TV 광고를 제작하다 영화계로 진출한 그는 1987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97년 ‘체리 향기’로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 시상식 도중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가 그에게 키스를 해 이란 이슬람 보수파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체리 향기’는 자살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이란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99년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로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1992) ‘올리브 나무 사이로’(1994) 3부작은 세트장이 아닌 실제 장소에서 촬영하고 일반인을 출연시킨 작품으로 “어두운 리얼리즘과 은근한 유머를 담은 역작”이라고 AFP통신은 평했다. 2005년에는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고인은 이란의 영화 검열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다. 2010년 ‘하얀 풍선’으로 유명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경찰에 구금됐을 당시 강하게 비판하는 반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2014년에는 정부에 핵협상타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내놓기도 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