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가 너머 바다가 보이는 산 위에서 놀고 있고, 낚시꾼이 배를 타고 유람하듯 노닐고 있다. 조그마한 자동차 하나는 굽이굽이 산길을 기어오르고 있다. 산등성이에는 푸른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함박웃음 지으며 산허리를 둘러 감고 있는 호랑이도 있다. 전준엽 작가의 작품이다. 기존의 서정적인 풍경에서 해학적인 분위기로 달라졌다.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마찬가지다.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의 개인전이 7월 6일부터 7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장은선갤러리(www.galleryjang.com, 전화 02-730-3533)에서 열린다. ‘인생산수’라는 타이틀로 ‘고래사냥’ ‘허니문’ ‘호랑이의 꿈’ ‘마음풍경’ ‘바람소리’ 등을 선보인다.
서양화가 전준엽은 ‘빛’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자연풍경을 유화로 그린다. 목가적 자연풍경이 빛을 만나 형성되는 영롱한 분위기를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인생산수’ 시리즈는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의 멋들어진 경치들을 다양한 색감과 질감으로 붓질했다. 이런 작업이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작가는 “여행의 이미지와 절경을 결합하고 있지만, 주제로 삼은 것은 20여년 이상 꾸준히 형상화시켜온 밝은 빛을 향한 인간의 보편적 소망”이라며 ‘인생산수’ 시리즈의 탄생 동기를 밝히고 있다. 몽환적인 동양화의 산수풍경은 관람객에게 전통과 현대미술의 접점을 향유케 한다. 작가는 그림 소재에 적합한 고유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마한다.
‘인생산수’ 시리즈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암괴석의 묘사에서 작가의 예술적 감각과 표현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기암괴석이 지닌 남성적이고 일정하지 않은 표면을 생생한 유화물감으로 거칠지만 형형한 자연물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달과 고래, 호랑이 등을 등장시켜 감상적이며 시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의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는 ‘내일의 희망을 바라며 힘들고 지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작품 뒷부분의 환상적인 풍광은 미래의 밝은 세계를 상징하고, 길과 자동차는 그를 찾아나서는 우리의 일상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푸른 호수와 나무가 도심 속 무더위를 잊게 해줄 신작 20점을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은 “그의 그림은 이제까지 시도된 일이 없는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그러기에 낯이 익은 듯싶으면서도 여태 본 일이 없는 형식의 그림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조형세계를 추구하는 일 자체야 말로 창작의 윤리성”이라며 전준엽 작가의 작품세계를 평가했다.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하고 미국 뉴욕 쿠하우스 갤러리, 홍콩 소타갤러리, 도쿄, 오사카, 뮌헨, LA, 마이애미 등 33차례 국내외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기념 한국현대미술의 흐름’, 아사히신문사의 ‘한국대중문화전’에 참가하는 등 200여회의 기획전에 참가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