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이 누리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사연을 제보한 여학생은 “1년 반의 고민 끝에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적어내려갔다.
그녀가 자퇴를 결심한 건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이었다. 학창시절 도박빚으로 전 재산을 탕진했던 아버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물려준 건 가난뿐이었다. 그녀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대학에 합격했다. 학비는 국가의 도움을 받았고 생활비는 혼자 벌어 충당했다.
가난이 버거웠지만 엄마와 동생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던 ‘키다리 아저씨’도 있었다. 아저씨는 그녀의 어려운 처지를 알고 고등학교 3년간 장학금을 지원해줬다.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그 돈으로 남동생의 1년치 학용품과 옷가지 정도는 사줄 수 있었다.
아저씨를 보며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아저씨는 지인들에게 그녀를 소개하며 “이 아이가 대한민국의 미래다”라거나 “내가 본 아이들 중 가장 착하고 성실하다”며 부끄러울 정도로 칭찬을 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키다리 아저씨’는 검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녀가 성인이 되자 술자리에 부르는 일이 잦아졌다.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어깨동무를 하는 등 스킨십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딸처럼 생각해서 그러는 걸 거야”라며 애써 스스로를 설득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저씨는 그녀를 친구 여러 명이 모인 술자리에 불렀다. 그는 “일주일동안 출장을 가는데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학교 일정 때문에 안된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자 그는 화를 내며 “누구 덕에 네가 대학을 다니는 줄 아느냐”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서둘러 짐을 싸서 일어나는 그녀에게 “가난한 게 비싸게 군다”며 친구들과 킬킬댔다. 문을 열고 나가자 또 한 번 “가난한 게 자랑이냐”며 고함을 질렀다.
그녀는 그날 아빠가 돌아가신 날보다도 수십배는 더 많이 울었다고 했다.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치욕과 수치를 느꼈다. 언제든 세상은 날 배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요즘 엄마와 둘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중이다.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엄마와 단 둘이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셋이 함께라 행복하다며 글을 맺었다.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제보자님이 살아온 삶의 무게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아저씨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다. 학교를 그만두지 말라”고 응원했다. 또 다른 이들은 “장학금 종류도 다양하고 생활비 지원을 받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자퇴는 좀 더 생각해보라”라거나 “얼마나 그동안 서럽고 힘들었을까. 정말 멋지다”, “진심으로 응원한다” 등의 격려가 이어졌다.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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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