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00년대 초 남북 합작으로 출범한 남북교역 사이트 ‘조선엑스포(chosunexpo.com)’를 최근 자신들의 정보통신(IT) 기술 홍보사이트로 개편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제재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IT를 통해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엑스포의 운영 주체는 ‘조선엑스포합영회사’로 표기돼 있다. ‘회사 소개’에서 “우리 회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첫 인터넷 기업으로 정보기술 분야의 최첨단 기술에 기초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목적으로 주체91년(2002년) 2월에 설립된 관록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자신들이 최첨단 IT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둑과 장기 등 북한이 예전부터 강점을 보였던 컴퓨터 게임은 물론 홈페이지 제작, 이러닝(e-learning) 시스템, 3D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분야에서도 실적이 풍부함을 강조했다. 올해엔 인공지능 기술에 기초한 화상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선전했다.
조선엑스포는 본래 남북교류가 비교적 활발하던 2004년 남북이 합작해 설립한 ‘조선복권합영회사’의 무역전문 사이트였다. 하지만 함께 추진하던 인터넷 복권사업이 사행성 논란을 일으키면서 우리 정부가 남측 사업자의 사업허가를 취소해 유명무실화됐다. 이후 이 사이트는 북한이 독자적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IT기술 홍보에 나선 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과학기술강국 건설’ 방침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7차 당 대회에서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술들을 개발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야 한다”면서 주력 분야로 나노기술, 우주기술, 핵기술 등과 함께 정보기술을 꼽았다.
사이트가 지난 4월 대대적으로 개편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와 미국 행정부의 대북제재법 발효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된 직후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 등 자원의 판로가 막히자 IT 분야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북한은 2000년대 초반부터 IT로 외화벌이를 해왔다”면서 “(처음엔) 중국에 IT인력을 파견하는 형태였다. 2007년 중반 이후 기술력이 향상돼 외부 수주 형식으로 모바일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디지털영화 제작 등을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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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 조성은 기자 moderato@kmib.co.kr
[단독] 북한에도 알파고 떴다?
입력 2016-07-05 17:13 수정 2016-07-05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