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보통신(IT) 기술 홍보 홈페이지 ‘조선엑스포’는 일견 남한 기업 사이트로 보일 정도로 디자인이 깔끔했다. 옅은 푸른색 바탕에 텍스트는 최대한 줄이고 사진과 그래픽을 채워 넣었다. 붉은색 등 원색을 주로 쓰는 북한의 다른 사이트와 확연히 다르다. 한 북한 전문가는 5일 “(북한이 사이트를) 잘 만들었다”면서 “이렇게 예쁘게 만든 건 오랜 만에 본다”고 평가했다.
3D 게임·인공지능 기술도 확보 주장
조선엑스포는 자신들의 주력 분야로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스마트폰 앱)’ ‘웹사이트’ ‘유희오락(게임)’ ‘소프트웨어’ ‘망(네트워크) 관리개발기술’ 등 네 가지를 내세웠다. 북한 내부와 아시아, 유럽 등 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주문제작을 해왔다면서 “앞으로 세계가 조선을 우러러보게 하겠다는 높은 민족적 자존심을 가지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IT기업으로 발전하려 한다”고 했다.
사이트에 소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북한의 IT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분야와 관련, 자신들이 안드로이드와 iOS용 어플리케이션 개발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생활정보 프로그램, 실시간 음성 및 영상대화 프로그램, 지도 프로그램, 게임 등에서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갖췄으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3D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개발 실적도 있다고 했다.
최근 IT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조선엑스포 측은 “2016년부터는 인공지능, 화상처리, 화상인식 분야에 대한 연구에 기초해 화상인식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서 “우리 식의 실시간 음성 및 영상대화응용프로그램, 경영관리프로그램과 공개코드를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관리체계(NMS), 침입탐지 및 방지체계(IDS/IPS)등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겉은 IT 벤처, 실상은 외화벌이 창구
조선엑스포는 겉으로 보기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노리는 IT 벤처기업처럼 보인다. 실제로 조선엑스포는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회사들 사이의 각종 협력사업을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이트를 ‘조선어(한글)’ 외에도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도 제작해 해외 영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은 북한 당국이 내세운 ‘가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 IT 전문가인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남한에서 보기에 각 IT 기업들이 별개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에선 모두가 하나”라면서 “북한 내각 산하 제3총국의 외화벌이 집단들이 노동당의 허락을 받아 사이트를 만들거나 외부 수주를 받아 공급하는 식”이라고 했다.
북한 IT 영업의 ‘컨트롤타워’로는 ‘조선컴퓨터센터(KCC)’가 지목된다. 1990년 재일 조총련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북한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상반기 KCC를 해체해 수익사업 위주로 재편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KCC 해체 후 IT 지도·관리 기능은 국방위원회(현 국무위원회) 산하 91국으로 이관됐다고 한다.
조성은 정건희 기자 jse130801@kmib.co.kr
[단독] 스마트폰 앱에 3D 게임까지… 북한의 IT 기술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6-07-05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