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8·9’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권 주자 교통정리나 전대룰 등 어느 것 하나 뜻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당초 친박계에선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최경환 의원의 전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최 의원 출마를 권유하는 의원들은 “박근혜정부 후반기를 힘 있게 뒷받침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실세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비박계 당권 후보들이 ‘최경환 저격수’를 자처하며 강공을 예고한 데다 범친박계 주자인 이주영 의원마저 ‘총선 패배 책임론’을 거론하자 최 의원 등판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됐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5일 “최 의원이 출마하면 오히려 당이 더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당 화합 카드로 국회 최다선(8선)인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을 대표로 세워야 한다는 ‘추대론’을 흘리고 있다. 최 의원 불출마를 가정한 일종의 비상대책이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김종인·박지원 등 야당 대표들과 협상 파트너로 적임자인 데다 쓴소리를 해도 청와대가 받아들이고 예의를 갖출 수 있는 사람 역시 서 의원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친박 의원은 “최 의원이 서 의원을 밀면서 빠져주는 모습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서 의원은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해 “전혀 생각이 없다”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서 대표 주변에서도 출마를 만류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후보 교통정리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대룰 역시 친박계의 의도대로 정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친박계는 6일 열리는 의원총회를 통해 1인2표제에 기반을 둔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고 단일지도체제를 백지화하려 계획했으나 명분싸움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내 의원 상당수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합의한 사안이라 되돌릴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친박계는 대안으로 의총에서 당 대표 선거에 ‘컷오프(예비경선)’ 도입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여론조사를 통해 1~3위를 우선 선발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1인 1표제’ 방식으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후보 난립에 따라 20%대의 득표율로 당선되는 사태를 막고 당 대표의 득표율을 높여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단일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친박계가 선택한 고육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전대는 다가오는데 묘수 못찾는 친박
입력 2016-07-05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