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한번뿐, 실패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었다. 태양계를 가로지른 5년 여정의 성패가 오직 이 한 순간에 달렸다. 주엔진 가동시간이 다가오면서 통제실은 자츰 조용해졌다. 초조한 사람들은 전면에 놓인 대형 상황판을 바라보거나 선 채로 발을 굴렀다. 잠깐의 침묵 뒤, 통제실 안 모든 이가 너나할 것 없이 일어나 서로를 껴안고 손바닥을 마주치며 환호했다. 탐사선 주노(Juno)가 목성궤도 진입에 성공한 4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 통제실 풍경이다.
나사는 홈페이지와 SNS 생중계를 통해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오후 11시53분(현지시간·한국시간 5일 오후 12시53분) 주노가 성공적으로 목성 궤도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주엔진을 가동해 속력을 초속 542m 줄여 목성의 중력에 몸을 맡긴 주노는 궤도 진입 뒤 1만8698개 셀로 구성된 약 20m 길이의 태양광 전지 날개를 태양 쪽으로 펼쳤다.
주노는 앞으로 첫 궤도를 53일 동안 비행하면서 장비를 점검한 뒤 목성을 관찰한다. 주노 프로젝트 수석연구자 스콧 볼턴 박사는 “공식적인 관측은 오는 10월에 시작되지만 비공식적인 첫 관측 결과를 얻는 건 그것보다 훨씬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노의 임무는 목성의 기원과 발달 과정을 알아내는 것이다. 주노는 궤도를 바꿔가며 목성이 고체 핵을 지니고 있는지를 비롯해 목성의 양극과 자기장 구조, 대기 중 수분과 암모니아의 구성 등을 관찰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먼저 생성된 행성인 목성의 탄생 비밀을 알아낼 경우 태양계의 기원을 알아내는 데도 한발짝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
나사는 주노에 사람 대신 알루미늄으로 특수제작한 레고(lego) 인형 3개가 함께 실렸다고 발표했다. 목성의 위성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그리스·로마 신화의 주노와 주피터를 형상화한 약 4㎝ 크기 인형이다.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주노는 2011년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로켓에 실려 우주로 떠났다. 지금까지의 총 비행거리는 태양에너지 탐사선으로서는 가장 긴 28억㎞로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18.7배다. 과학계에서는 앞으로 약 20개월 간 목성을 공전할 주노가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