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는 5일 KB금융지주의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해 어윤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 타당했는지 지켜봤다고 밝혔다.
어윤대 임영록 전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에 해당하는 주의나 위법조치 통고를 받았음에도 각각 수억원대 성과급을 이사회로부터 승인받아 논란이 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성과급 지급 결정을 내린 KB금융지주 이사회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지는 않겠지만, 징계 받은 CEO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사회의 결정에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다음은 경제개혁연대가 보내온 ‘KB금융지주 전임 회장 성과급 지급 관련 이사회의사록 열람 결과 논평’ 전문.
1. 지난 5월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어윤대 임영록 전 KB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성과급 지급 결정과 관련하여 KB금융지주 이사회 및 평가보상위원회 의사록 열람 등사를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17일 경제개혁연대는 2015.12.18 평가보상위원회와 2016.4.7(4.12 속개)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하였다.
이사회 논의 내용을 살펴본 결과 일부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KB금융지주 이사들 다수는 두 전직 임원으로부터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이유로 성과급을 환수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KB금융지주가 성과급 환수 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이를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성과급지급계약서상 취소사유 역시 매우 추상적이고 엄격하여 두 사람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데 걸림돌이 된 문제점도 확인되었다. 그 결과, 성과급 지급에 반대하거나 일부를 감액하여 지급하자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보류된 성과급을 전액 지급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사회의 결정 사항과 판단 근거를 주주들이 알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공개한다. 다만, 의사록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회사의 경영전략과 관련된 정보들도 있는 바, 열람 내용의 외부공개 범위에 대해서는 회사 측과 미리 협의하기로 약속하였고, 본 논평은 그 협의에 따른 것임을 밝힌다.
2. 먼저, 이사회에서 두 전직 임원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한 성과급 내역을 보면, 어윤대 전 회장에 대해 단기성과급 154백만원과 장기성과급 25,667주(900백만원 상당), 임영록 전 사장(회장 재임기간에 대한 성과급은 재임기간이 2년 미만으로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미 취소되었고, 사장 재임기간 성과급만 문제로 됨)에 대해 단기성과급 196백만원과 장기성과급 36,608주(1,312백만원 상당)이다. KB금융지주의 임원 성과급은 단기성과급과 장기성과급으로 나뉘며, 단기성과급은 해마다 1분기에 전년도 실적을 평가하여 연 1회 현금으로 지급하고, 장기성과급은 성과연동주식으로 임기 초에 3년치를 부여한 뒤 3년이 지난 시점에 평가하여 그 다음 해부터 1/3씩 이연지급한다. 어윤대 임영록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각각 회장과 사장으로 재직하였고, 2014년 4월 평가보상위원회는 어윤대 전 회장과 임영록 전 사장에 대한 장/단기경영성과평가(안)을 검토하여 통과시켰다. 즉, 전년도 재임기간(2013.1~2013.7)에 대한 단기성과급과 3년 임기 전 기간에 대한 장기성과급으로 상기 성과급 금액이 여기서 정해진 것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는 2014년 9월 임영록 회장이 해임된 직후 평가보상위원회를 열어 두 사람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보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성과급 지급은 계속 보류된 상태로 있다가 작년 12월 평가보상위원회에 다시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회에서는 찬성 반대 입장이 갈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이사회에 안건을 올렸고, 지난 4월 이사회는 두 차례 회의를 거쳐 보류된 성과급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 회사가 공시한 바와 같이 이병남 사외이사를 제외한 모든 이사들이 이에 찬성하였다.
3. 이사회에서 쟁점이 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어윤대 전 회장과 임영록 전 사장의 행위가 성과급 환수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논란이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어윤대 전 회장은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고(소위 ‘북경사태’), 이는 ISS에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사건으로 비화되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주의적 경고상당’ 조치를 받았다. 임영록 전 사장은 국민은행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국민카드에 제공한 건과 관련하여 금감원으로부터 ‘퇴직자 위법사실통지’ 조치를 받았다. 이사회는 이상의 사실이 성과급 환수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란을 벌였고, 법무법인 두 곳에 의뢰하여 자문을 받았다. 그런데 법무법인의 자문 의견이 매우 보수적이었다. 즉, 환수는 개인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그 사유는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문제가 된 두 사람의 행위는 성과연동주식지급 계약서상의 계약 취소사유인 ‘사회적 물의 야기 등으로 회사의 신용과 명예를 크게 훼손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성과급을 취소할 경우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회사가 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일부 사외이사들이 부분환수(감액지급)를 주장하여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전액 환수할 만큼의 중대한 책임은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이 있는데, 성과급을 전액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경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은 2014년 평가보상위원회에서 어윤대 전 회장과 임영록 전 사장에 대한 성과급 금액은 결정되었고 단지 지급 여부만 보류한 것이므로, 현 이사회가 기존의 결정을 번복하여 감액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았는데, 역시 감액해서 지급할 경우에도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회사가 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이사들 다수가 성과급을 환수할만한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으로 감액할 금액과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우며,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전액 지급에 찬성하여 안건이 통과되었다.
4. 한편,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환수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세부 기준이 미비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KB금융지주는 평가보상위원회가 경영진의 비윤리적 행위, 손실발생, 법률 위반 등의 사항에 대해 환수 적용 여부 및 범위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부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이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에서는 성과연동주식지급계약서상의 계약 취소사유를 근거로 환수 여부를 논의하였는데, 이 역시도 “중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 “회사의 신용과 명예를 크게 훼손한 경우” 등으로 매우 추상적이고 엄격하게 되어 있어 실효성이 거의 없다. 즉, 기존의 환수 규정 하에서 이사회는 평가보상위원회가 이미 결정한 성과급 금액을 전액 지급하던가 아니면 전액 취소하든가의 양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없지 않았으며, 예컨대 감독당국이 경징계를 내리거나 해당 임원이 경과실을 범한 경우 이사회가 환수 금액을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사실상 없었다. 이는 이사회가 두 사람에 대한 환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되었는데, KB금융지주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금융회사들이 성과급 환수 규정을 제정 운영하는 과정에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
5.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한 결과, 2014년 평가보상위원회가 이미 금액을 결정해버린 점, 환수 적용 기준이 미비했던 점 등 일정한 한계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이사들이 회사의 평판이나 주주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환수가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법무법인의 자문에만 의존하여 소극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금액은 결정하되 지급은 보류한다는 2014년 평가보상위원회의 결정이 애초부터 문제이기는 하나, 현 이사회의 권한으로 이를 시정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사들은 당사자들로부터 소송이 제기될 법적 리스크만 우려하여 주주와 사회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낙하산 CEO의 전횡, 그룹 내부의 권력 갈등, 사외이사의 자기권력화 등으로 인해 지배구조가 무너진 상태에서 새로 출범하며 전면적인 혁신을 다짐했던 이사회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또한,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기 어려운 형식적 규정으로 환수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방치해온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환수 제도 운영을 위한 세부 기준이 미비했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등기임원에게 적용되는 이사보수규정과 집행임원에게 적용되는 집행임원운영규정상 성과급 취소 요건에 차이가 있고 등기임원에게는 보다 느슨한 기준이 적용되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는 바, 애초에 어떤 취지로 환수 규정을 만들었는지, 환수제도를 실제로 운영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6. 경제개혁연대는 KB금융지주 이사들이 주주들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다했다고 판단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배임 등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는 추진하지 않기로 하였다. KB금융지주 이사회와 경영진은 법적 리스크가 제거되었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이번 일을 통해 또다시 KB금융그룹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주주의 이익과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논의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환수 제도 운영과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경영진이 뒤늦게나마 환수운영기준을 새로 만들어 이사회 의결을 거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KB금융지주는 이후 연차보고서 등을 통해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주주들이 적정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7. 마지막으로, 경제개혁연대는 어윤대 임영록 전 회장에 대해서도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본인들로서는 자신에게 쏟아진 사회적 비난에 대해 억울한 부분도 있겠고 또한 항변할 근거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받기 위해 자신이 CEO로 재직한 회사를 또다시 곤경에 빠뜨린 것은 책임 있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성과급 지급 결정으로 이번 사안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두 전직 회장은 자신들의 재임기간 동안 회사의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는 사실에 책임을 통감하면서, 이번 성과급 지급 문제가 회사에 또 다른 위험요인이 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주주와 시장과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한다.
끝.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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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