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남자가 생리를 했다면?...생리를 사치로 만드는 현실”

입력 2016-07-05 08:58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인사동 한복판에서 생리대를 내건 캠페인이 벌어졌습니다"라며 " 생리를 터부시하는 잘못된 시선에 반대하고, 생리를 사치로 만드는 부당한 가격에 항의하는 뜻 있는 시민들의 행동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생리의 공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 전사회적 토론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번 캠페인에 지지와 연대를 보냅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생리에 대한 공적토론은 문화적, 제도적 차원에서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라며 "생리대라는 말조차 입에 담기 싫어하는 정치인이 있을 만큼 암담한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이런 부정적 인식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남성중심문화와 깊이 관련돼 있습니다"라며 "여성운동의 대모 스타이넘은 '남자가 생리를 했다면, 생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되었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생리는 감춰야할 나쁜 것이 아닙니다"라며 "또 여성성, 모성성의 상징인 생리를 억압하면서 저출산 문제가 개선되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생리대 문제가 가격 논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성평등 사회로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그는 "다음으로 시장의 생리에 온전히 맡겨진 생리를 구출해야 합니다. 결국 이번 논란도 한 생리대 생산업체의 부당한 가격 인상 시도에서 시작됐습니다"라며 "생리를 사치로 만드는 독과점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생리대 시장에 대한 공적 개입은 두 방향에서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라며 "먼저 ‘깔창 생리대’로 대변되는 저소득층 여성, 특히 어린 여학생들에 대한 긴급하고 효과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서울시와 성남시 등 지자체가 발 빠르게 지원에 나섰고, 여야 의원들이 생리대 지원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의미 있는 움직입니다"라며 "하지만 지원사업의 지속성과 효과성에서 한계도 분명해보입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에서 핵심은 ‘사각지대’와 ‘낙인감’을 막는 일입니다. 한정된 예산을 효과적으로 쓰는 일도 중요합니다"라며 "달리 말해 생리대 지원은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부는 두 손을 놓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서로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라며 "가장 힘없는 부처인 여성가족부만 소관 청소년 시설에 생리대를 비치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 전부입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범부처 차원의 포괄적이면서 정교한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이 문제의 전부가 아닙니다. 결국 핵심은 우리나라 생리대 값이 세계에서도 가장 비싸다는데 있습니다"라며 "2010년 이후 생리대 가격은 25.6%나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의 2.4배에 달합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그런데 해당기간 펄프, 부직포 등 원재료 가격은 많게는 30%나 떨어졌습니다. 이런 막무가내 고가격이 가능한 것은 생리대 시장이 독과점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2004년 단행된 면세조치의 효과도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 남용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공정거래법 3조 2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동법 시행령은 가격남용을 수급의 변동이나 공급에 필요한 비용에 변동에 비하여 가격을 현저하게 상승시키거나 근소하게 하락시키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해당 법규는 사문화되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공정위는 해당 규정 적용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한킴벌리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에 대해 책임 잇는 조사와 조치에 즉각 나설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합니다"라고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