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태양의 후예’로 200일 전투 피로 푼다?”

입력 2016-07-05 08:18

북한 주민들이 노력동원 사업인 ‘200일 전투’로 쌓인 피로를 한국 드라마 시청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고 대북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5일 보도했다.

당국이 생산량 확충을 꾀하기 위해 전력 공급을 늘리자 주민들은 이를 한국 드라마와 영화 및 노래 감상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데일리NK는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당국이) 200일 전투 빌미로 주민들을 숨 돌릴 짬도 없이 몰아붙이는 바람에 육체적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피로가 날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면서 “때문에 퇴근 후에는 한국 가요를 듣거나 드라마 시청을 하면서 피로를 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최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거리마다에는 선동구호와 방송선전만 넘쳐나고 주민들은 같은 소리만 반복해 듣다 보니 ‘머리가 띵하다’고 호소한다”면서 “집에 가서 보고 듣게 될 한국 드라마나 노래가 그마나 위안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외부정보 취득을 막기 위해 모든 통신수단을 통제하고 있다. 한류(韓流) 확산으로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남한 드라마 시청 주요 수단인 중국산 노트텔(EVD플레이어) 수입 금지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담긴 DVD를 몰래 시청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볼거리가 없는 조선중앙TV를 외면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정전이 이뤄지면 가만히 잠만 자다가도 전기만 오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약속이나 한 듯 벌떡 일어난다”면서 “마치 일을 분담한 것처럼 아이들은 녹화기(DVD기기)를 켜고 어른은 감춰둔 메모리와 USB를 꺼내 꽂는 등 날쌔게 동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시장입구에 늘어서서 손님들을 끌고 있는 달리기꾼들에게 다가가 ‘아랫동네(한국) 거 없냐’고 슬쩍 말을 건네면 대뜸 ‘태양의 후예’를 소개한다”며 “이들은 또 이것 말고도 최근 나온 영화나 드라마 제목을 줄줄이 소개하는데 새 드라마는 5만 원(북한 돈)에, 복사판은 그 절반 값에 팔아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