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앞두고 숨진 여고생 야구매니저 사연에 열도가 ‘뭉클’

입력 2016-07-05 00:06 수정 2016-07-05 00:06
지난 5월 병문안 당시 다니쿠치 류카타치가 찍은 사진.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그는 병실에서도 프로야구 중계를 보며 스코어를 기록하는 연습을 했다. “고시엔(こうしえん·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에 가서 점수를 기록할 줄 모르면 곤란하잖아요.” 일본 고등학생의 낭만이자 꿈의 무대인 고시엔에 부원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고시엔 대회 벤치에 앉기를 꿈꾸던 후쿠오카현의 한 17세 여고생 야구부 매니저가 지역예선을 앞두고 안타깝게 숨을 거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일간 아사히신문은 후쿠오카현 고가의 고가고등학교 야구부 매니저 후나키 아미(舟木あみ)가 지난 5월 30일 소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4일 전했다. 남은 야구부 학생들은 반드시 8월 고시엔 출전 소식을 하늘에 간 매니저에게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미는 고가고등학교에 한 명뿐인 여학생 매니저였다. 분위기메이커인 아미는 남다르게 큰 목소리로 부원들을 응원하곤 했다. 아미와 중학생 때부터 친구이자 3학년 에이스 다니구치 류타카시는 아사히신문에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아미가 얼음물로 어깨를 식혀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번 예선은 두 친구가 함께 맞는 마지막 여름 고시엔 출전 기회였다.

아미가 통증을 처음 호소한 건 지난해 여름이었다. 스탠드에서 경기를 응원하던 중 아미는 갑자기 아프다고 병원으로 향했다. 부원들은 모두 걱정했지만 곧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아미는 30명에 이르는 같은 학년 부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다. “종양이 발견됐어. 악성이라서 입원해야 할지도 몰라.”

투병 중이던 지난 1월 아미는 수학여행을 떠난 야구부원 앞에 나타났다. 친구인 류타카시는 아미의 들뜬 모습에 여름이면 깨끗이 나아 야구부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숨을 거두기 이틀 전 야구부원들은 문병을 갔다. 아미는 말도 잘 하지 못하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기 힘겨워했지만 부원들의 농담에 웃어보였다. “고시엔에 꼭 데리고 갈게. 같이 힘내자”하는 류타카시의 약속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게 오랜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류타카시는 “그 어떤 힘겨운 싸움일지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아미가 천국에서 고시엔의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올해로 101주년을 맞은 고시엔은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대회다. 특히 8월 아사히신문 주관 하에 열리는 여름 대회에서는 지역예선을 뚫고 올라온 학생들이 마지막 한 팀이 우승할 때까지 혈전을 벌인다. 워낙 치열한 경쟁 탓에 본선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참가선수에게는 평생 잊지못할 성취로 여겨진다. 이번달 시작되는 지역대회에서 선발된 팀들은 8월에 한 데 모여 본선을 치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