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상품에 사용한 ‘아이에게 안심’이라는 문구를 고쳤다면 사망 피해자의 약 95%를 살릴 수 있었을 겁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열린 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의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경과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 측은 “2005년 말 ‘아이에게 안심’과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는 문구가 과하니 ‘적정량을 사용하면 안전하다’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해당 문구가 빠졌다면 살균제가 시장에서 버틸 수 없었을 것이고, 피해자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2008년 피해를 줄일 한번의 기회가 더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2008년 1월 모 방송사 등이 옥시 측에 ‘가습기당번’ 인체안전성 자료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며 “당시 안전성을 확인했다면 사망 피해자의 약 74%를 살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사망자의 대부분은 5세 이하 영·유아와 20~30대 여성이었다. 검찰은 “5세 이하 영·유아와 그 어머니인 20~30대 여성의 사망 비율이 전체 사망자의 95%”라며 “연령별로 봤을 때 이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형사상 제조물 결함사고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최초 사례로 법리 형성이 필요하다”며 “제품 안전성 확보 전까지 제품을 출시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제품 출시 결정에 대한 제조업자의 지배가능성도 크므로 과실범위 확대에 대한 필요성이 요청된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다음 기일까지 피해자 판정과 관련된 의사 진술, 판정 관련 증거 등 크게 다툼이 없는 부분은 우선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 준비기일은 오는 1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