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6] ‘얼음왕국’ 아이슬란드의 한 달 간 기적…“모두의 가슴 속 승리자”

입력 2016-07-04 08:20 수정 2016-07-04 08:21

‘얼음왕국’ 아이슬란드가 동화 같은 행보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이슬란드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프랑스에 2대5로 패했다. 이로써 한 달 가까이 지속됐던 아이슬란드의 돌풍이 막을 내렸다.

유로 본선행에 처음 오른 아이슬란드는 대회 개막 전까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다.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에서 1대 1로 비겼을 때도 헝가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1대1로 마친 뒤에도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행보가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오스트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부터다. 아이슬란드는 1-1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 잉비 트라우스타손(노르셰핑)의 결승골로 첫 승을 챙겼다.

조 2위로 16강에 오른 인구 33만명의 소국 아이슬란드의 상대는 축구라면 일도 뒷전인 ‘축구 종가’ 잉글랜드.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 충격적이었다. 전반 4분 만에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선제골을 헌납한 아이슬란드는 라그나르 시구르드손(크라스노다르), 콜베인 시그토르손(낭트)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아이슬란드는 남은 시간 잉글랜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2대1 승리를 챙겼다. 자국 축구협회 출범 후 가히 최고로 꼽을 만한 순간이었다.

‘역대 세계축구 10대 이변 중 하나’ 등 외신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2만여명의 아이슬란드 팬들은 프랑스로 넘어와 선수들의 선전을 함께 했다.

아이슬란드 내에서는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대형 스크린을 통한 거리 응원이 이어졌다. 대표팀 유니폼은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23명의 전사들은 하루아침에 벼락 스타가 됐다.

아이슬란드는 개최국 프랑스를 마주해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전반을 0-4로 뒤지며 와르르 무너질 듯 했지만 후반 두 골을 몰아치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비록 도전은 멈췄지만 아이슬란드의 2016년 여름은 오랜 기간 축구팬들 뇌리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2016 조직위원회는 공식 트위터에 “그들은 모두의 가슴 속 승리자다. 고맙다”고 남겼다.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