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뉴스] “9시~15시 고정?” 천편일률적 이용시간에 더 뿔난 맘

입력 2016-07-04 00:18 수정 2016-07-06 15:39

사진=MBC 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 캡처

당연히 받았던 것을 갑자기 빼앗겼을 때의 그 억울함이란, 빼앗겼던 것을 온전히 찾아와도 뭔가 손해 본 것 같고, 괜스레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고, 다시 다 찾아왔다고 하더라도 한 번 빼앗겼다는 이유만으로 분이 풀리지 않는 그런 기분.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다 겪어 봤을 겁니다.

대가족 틈바구니 속에서 항상 부족했던 살림. 삼촌이 또는 큰 형이 옜다 너 하나 해라, 인심 쓰며 던져준 물건을 다시 빼앗아 네가 형이니까 네가 동생이니까, 동생한테 또는 형한테 양보하라며 가져가 다른 형제한테 줄 때, 그 억울하고 분했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한민국 보육정책을 보면 자꾸 그때 그 마음이 듭니다. 특히 지난 1일 강행한 맞춤형 보육이 그렇죠. 홑벌이 가정의 자녀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제한했습니다. 물론 바우처를 통해 추가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이 또한 15시간으로 제한돼 있는 데다 시간 체크도 쉽지 않죠. 때문에 어린이집 운영자는 운영자대로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불편합니다.


처음부터 이용할 수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동안 잘 이용하다가 갑자기 제한을 당하니 불편한 게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때문에 맘카페에선 맞춤형 보육에 대한 질문과 불만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천편일률적으로 지정해 둔 이용시간에 대한 불만이 큰데요. 맞춤형 보육 홈페이지에는 운영시간에 대해 “지역별‧어린이집별 사정에 따라 어린이집과 부모가 협의해 9~15시 전후로 1시가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맘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듯합니다.

협의라는 문구 자체가 모호해 다양한 각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조정의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해결방법도 명시돼 있지 않아 9시에서 15시로 이용시간이 고정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전업맘은 얼마나 될까요?

사진=뉴시스. 맞춤형 보육 첫날(7월1일) 어린이집 풍경

출근시간을 맞춰야 하는 게 아니라면 아이가 편한 시간에 기분 좋을 때 어린이집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오전 9시 등원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데 굳이 그렇게 할 엄마는 없습니다. 통상 오전 10시 전후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죠. 그럼, 이용시간은 하루 6시간이 아닌 5시간으로 줄어듭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맘스홀릭 게시판 캡처

낮잠과 간식 스케줄도 문제입니다. 어린이집에선 점심 식사 후 12시30분~2시30분을 전후로 낮잠을 잡니다. 그 후 오후 간식을 제공하죠. 낮잠을 늦게 자거나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3시 이후까지 재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맞춤반이면 자는 아이를 깨워 데려 가야 합니다. 낮잠이야 그럴 수 있다 해도 간식 문제는 쉽게 넘어가지질 않습니다.

오후 3시를 기점으로 간식이 제공되는데 3시에 하원 하는 맞춤반 아이의 경우 간식을 먹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합니다. 부모 입장에선 치사하게 먹는 걸로 차별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하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영자도 이용자도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이용했던 것들을 못하게 되니 빼앗긴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하죠.


처음 무상보육을 시작했을 때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를 극복하라며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말라고도 했죠. 통장에 찍히는 돈만 봤을 때는 홑벌이 보다 맞벌이가 훨씬 많으니 엄마들은 혹했습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면 가계에 보탬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사진=뉴시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출근을 하려면 적어도 8시 전후로 집을 나서야 합니다. 칼 퇴근을 한다고 해도 7시는 넘어야 집에 도착하죠. 아이를 하루 11~12시간을 꼬박 맡겨야 합니다. 어린이집 선생님 입장에선 좋을 리 없죠. 때문에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은 차별받기 일쑤였습니다. 일각에선 그 시간에 아이를 받을 수 없다며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전업맘의 아이를 선호했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는 맞춤형 보육을 강행했습니다. 대신 홑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과거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받은 차별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죠. 엄마들은 6시간 이상 어린이집을 이용하기 위해 종일반을 신청하는 게 아닙니다. 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차별받지 않게 하기 위해 종일반을 신청합니다. 몰래 문서를 위조하기도 하고, 이직할 때 외엔 써본적 없는 경력기술서까지 써가면서 말이죠.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정부는 왜 어린이집 이용하라고 권장하며 간접지원을 택했을까. 가정에 직접 지원했더라면 엄마들은 우는 애를 떼놓고 출근하려 하지 않았을 텐데…. 그 이유야 아주 짐작이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생각했더라면 최소한의 선택권은 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6시간, 필요한 시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엄마들의 불만은 조금 수그러들 수 있을 겁니다. 아이의 성향도, 부모의 상황도 다 다른데 전업맘이라는 이유로 똑같은 시간에 보육시설을 이용하라는 건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매주 월요일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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