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의 여름은 뜨겁다

입력 2016-07-04 00:00
올 여름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추는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피아니스트 조성진, 지휘자 정명훈(왼쪽부터). 서울시향 제공

그동안 서울시향의 연간 프로그램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늘 여름에 몰려 있는 편이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클래식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공연이 7~8월에 집중돼 있다. 게다가 올해는 정기공연이 아닌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이긴 하지만 지난해 말 예술감독에서 물러난 정명훈 전 감독과 8개월반만에 호흡을 맞출 예정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향은 2일 강동아트센터에서 올해 새롭게 선보인 ‘음악극장’ 시리즈의 세 번째 공연을 시작으로 7~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지휘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과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을 선보인다. 협연 무대에는 한국계 독일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토퍼 박이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에센바흐는 정 전 감독의 퇴임 직후인 지난 1월 올해 첫 정기공연에서도 지휘를 맡아 좋은 연주를 들려준 바 있다.

이어 15일엔 지난해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 무대가 기다린다. 프랑스의 얀 파스칼 토틀리에 지휘를 맡아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날 공연은 이미 지난해 11월 올해 공연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이후 지휘자 교체에 따른 일부 취소 티켓 역시 진작에 모두 팔렸다.

8월에는 5일 서울시향 첼로 수석인 주연선을 중심으로 단원들이 꾸미는 ‘실내악 시리즈Ⅰ: 아메리칸 나이트’로 문을 연다. 제목처럼 거슈윈, 볼컴 등 미국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15일 야외에서 대규모로 열리는 광복절 기념음악회는 지난 10년간 지휘를 맡았던 정 전 감독을 대신해 올해는 부지휘자 최수열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18~19일 롯데콘서트홀이 개관을 기념해 작곡가 진은숙에게 위촉한 관현악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 세계 초연의 연주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전 감독이 지난해 서울시향을 떠난 이후 지휘자 선정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지난 4월 롯데콘서트홀이 정 전 감독으로 최종 낙점했다. 이어 24~25일엔 엘리아후 인발의 지휘로 브람스 교향곡 2번과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등을 연주한다. 협연자로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올가 케른이 호흡을 맞춘다.

한편 지난 2014년 12월 일부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에 대해 막말 등에 의한 인권유린이라는 호소문을 내며 촉발된 서울시향 사태는 현재 박 전 대표와 정 전 감독의 소송전으로 비화된 상태다. 지난 6월 중순 박 전 대표를 소환해 조사한 검찰은 현재 프랑스에 체류중인 정 전 감독이 귀국하는 대로 조사할 계획이다. 정 전 감독은 공연 스케줄상 7월 말이나 8월 초쯤 귀국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시 한번 서울시향에 대해 여론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향으로서는 이래저래 뜨거운 여름이 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