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기타·피리·태평소),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으로 구성된 밴드 ‘잠비나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더 주목받고 있다. 올해만 해도 3월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6월 프랑스 헬페스트, 7월 폴란드 오프너 페스티벌, 8월 핀란드 모던 스카이 페스티벌 등 굵직한 음악축제를 비롯해 60∼70회 해외 공연이 잡혀 있다.
게다가 최근 영국의 유력 음반 레이블인 벨라 유니온(Bella Union)에서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음반 ‘A Hermitage(隱棲:은서)’가 발매됐다. 벨라 유니온에서 아시아 아티스트가 음반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매 이후 현지 음악매체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한 매체는 잠비나이를 포스트록의 거물인 ‘갓 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와 비교하기도 했다.
1일 서울 도봉구 창동플랫폼61에서 만난 잠비나이는 “지난 몇 년간 유럽을 중심으로 투어를 다니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럽 미디어들이 이번 음반에 대해 좋은 리뷰를 내놓고 있어서 앞으로의 밴드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동기인 잠비나이는 2009년 결성됐다. 리더 이일우는 “대중적이진 않더라도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는 게 우리 셋의 공통된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헤비메탈 밴드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그는 “특히 국악기와 메탈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그래서 국립국악원 등 기존의 국악 무대가 아니라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국악에 바탕을 둔 밴드들이 종종 활동하지만 당시엔 ‘궁상각치우’ 하는 애들이 왜 홍대 클럽에 왔냐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고 웃었다.
국악기 연주자들의 밴드라 ‘잠비나이’가 순우리말일 것 같지만 아무 뜻 없이 어감이 밴드와 어울려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일우가 주로 작곡을 담당한 잠비나이의 음악은 국악기에 전자기타, 드럼 등이 더해져 아방가르드하다.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선율은 포스트록, 헤비메탈, 재즈 등과 조금씩 닿아 있다. 기존의 퓨전국악이 서양음악을 국악기로 아름답게 연주하는데 머무르는 것과 달리 이들은 국악기를 새롭게 활용해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국악평론가 윤중강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경계를 넘나드는 잠비나이에 대해 퓨전국악 대신 ‘포스트 국악’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김보미와 심은용은 “우리는 일우와 달리 록과 헤비메탈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은 음악은 장르가 무엇이든 음악으로서 통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잠비나이의 음악은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다. 취향이 계속 바뀌는 만큼 앞으로 음악 색깔이 어떻게 바뀔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말해 우리는 그저 ‘좋은 음악’을 하고 싶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잠비나이가 해외에서 러브콜을 받게 된 데는 2013년이 큰 전환점이 됐다. 유튜브에서 1집 앨범 ‘Differance(差延:차연)’에 수록된 ‘소멸의 시간’ 뮤직비디오를 본 네덜란드 에이전시가 먼저 연락을 하면서 그해 5월 핀란드 월드 빌리지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해외 무대에 서게 됐다. 이어 10월 세계 최대 음악박람회인 워맥스(WOMAX)에서 ‘최고의 라이브’라는 평가를 받으며 초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일우는 “해외 페스티벌에서 우리 음악을 알고 좋아하는 관객과 만났을 때 처음엔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제는 점점 한국음악을 대표한다는 생각에서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국악인듯 아닌듯, '잠비나이'의 음악은 새롭다
입력 2016-07-03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