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앞에 종이호랑이, 곰의 보약 독수리…프로야구 천적관계

입력 2016-07-03 16:34 수정 2016-07-03 23:29
뉴시스

스포츠에선 한 팀이 다른 팀에게 유독 약한 ‘천적’이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KIA 타이거즈는 넥센 히어로즈 앞에 서면 ‘종이호랑이’가 된다. 한화 이글스도 두산 베어스의 ‘보약’이다.

KIA는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원정 경기에서 6대 7로 역전패를 당하며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줬다. KIA는 올 시즌 넥센에 1승 9패라는 절대 열세에 있다. 지난 4월 15일 시즌 첫 맞대결에서 승리한 뒤 9경기 연속 패배를 당했다. 그래서 넥센만 만나면 작아지는 KIA를 두고 ‘공넥증’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번 주말 넥센전을 앞두고 KIA는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리그 2위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을 싹쓸이하는 등 6연승을 달리며 8~9위에 머물던 팀 성적도 5위까지 뛰어 올랐다.

그런데 넥센을 만나서 모든 게 무너졌다. 싹쓸이 패를 당했다. 넥센을 만나면 좀처럼 경기가 안 풀린다.

이날도 질 수 없는 경기를 놓쳤다. KIA는 9회말까지 6-4로 앞서며 천적 관계를 끝내는 듯 했다. 마운드에는 마무리 임창용이 나섰다. 그런데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웃카운트 하나면 경기가 끝나는 2사 1, 2루에서 임창용이 보크를 범해 2사 2, 3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폭투로 한 점을 헌납했고, 박정음에 내야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KIA는 연장 11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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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도 곰 앞에만 서면 날개가 꺾인다. 한화는 올 시즌 두산에 전패를 당했다. 7패다. 김성근 감독은 2일 경기를 꼭 이기기 위해 투수를 무려 7명이나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그런데도 1대 4로 패했다. 탈꼴찌를 눈앞에 두고 있던 한화로선 뼈아픈 패배였다.

천적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가장 큰 이유다. 승리하는 팀 선수들은 언제나 여유가 있는 반면 지는 팀 선수들은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치른다. 한화전 승리투수가 된 두산 유희관은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자신감이 있었고 그간의 좋은 모습을 또 보이고 싶은 마음가짐이 있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