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주건 교수팀, 뇌전증 간질발작 막는 ANT-203 스프레이 상용화 본격 추진
입력 2016-07-03 10:51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스프레이 타입의 뇌전증(간질) 발작 억제제가 상용화된다.
서울대병원은 신경과 주건(사진) 교수팀이 뇌전증 환자의 뇌에서 과(過)발현되는 마이크로RNA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간질발작을 없애는 약물, ‘mir-203 억제제’(ANT-203)의 산업화에 본격화했다고 3일 밝혔다.
뇌전증은 인구 1000명당 6.5명꼴로 발견되는 신경계 질환이다.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고, 항(抗)뇌전증 약물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간질발작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간 약물 사용으로 심각한 부작용과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뇌 절제수술을 통해 호전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재발 위험과 뇌 절제에 따른 정신적, 생리적, 행동적 고통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값싸고 부작용도 적은 특효약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주 교수팀은 뇌전증 환자의 뇌조직과 동물모델에서 특이하게 발현되는 ANT-203이 간질발작과 관련이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주 교수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의 뇌에서 mir-203 단백질이 많아지게 되면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글라이신 수용체 베타 서브유닛’(GLRB)이 줄어들면서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하게 된다. 바로 간질발작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주 교수팀은 곧바로 간질발작에 관여하는 mir-203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 후보 탐색에 나섰고, ANT-203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ANT-203을 뇌전증 환자의 뇌 속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비강(鼻腔, 콧구멍) 속으로 뿌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콧구멍이 뇌와 붙어있기 때문이다.
실험결과 ANT-203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뇌전증 실험모델의 간질발작 발생빈도를 70%이상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효과는 한번 투약 후 최소 2주간 지속됐다. 뇌전증을 일으키는 뇌 내 mir-203 단백질 분비가 억제되면서 GLRB의 발현이 촉진돼 신경세포의 흥분을 진정시켜주기 때문이다.
주건 교수는 “ANT-203 스프레이가 상용화되면 뇌전증 치료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 부담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mir-203 억제제, ANT-203의 산업화는 서울대학교 학내 바이오벤처 기업 ㈜어드밴스드엔티(대표 이상건)가 추진한다. 연구결과는 신경생물학 및 단백질공학 전문 국제 학술지 ‘몰리큘러 뉴로바이올로지(Molecular Neurob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