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철 연쇄살인사건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유영철이 연쇄적으로 20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유영철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절도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된 이래, 총 14차례의 특수절도 및 성폭력 등의 혐의로 11년을 교도소에서 생활한 30대 중반의 남성이다. 융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총 21명을 엽기적으로 연쇄살인했다.
유영철은 1991년에 결혼하였으나, 2002년 5월 무렵 부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해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한 뒤부터 여성 혐오증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는 간질 증세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2003년 11월에는 전과자·이혼남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교제 중이던 여성으로부터 절교를 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1990년대 중반부터 막연한 복수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연쇄살인의 계기가 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첫 살인은 2003년 9월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新沙洞)의 단독주택에서 행해진 대학교 명예교수 부부 살인사건이다. 이후 2004년 7월까지 총 20명을 잇달아 살해하였는데, 공식적으로 확인된 숫자만 20명이다. 유영철 자신은 5명의 여성을 더 살해했다고 주장하였는데, 확인은 되지 않았다.
살해 대상은 주로 부유층 노인과 여성으로, 범행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범행 수법이 과감하면서도 치밀해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도구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망치나 칼 등을 이용하였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지르거나 시체를 토막 내 야산에 묻기도 하였다. 또 피해자의 신원을 알지 못하도록 살해한 여성의 지문을 흉기로 도려내기도 하는 등 갖가지 잔혹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의 연쇄살인사건으로, 유영철은 2004년 7월 18일 경찰에 체포되었다. 이어 같은 해 8월 13일 구속 기소되었는데, 죄목은 21명 살해, 공무원 자격 사칭, 강도 등의 혐의이다. 이후 2005년 6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연약한 노인이나 여성 등 20명을 대상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하였고, 그 살해 방법도 매우 잔혹하여 그 죄질과 범정이 극히 무거우며,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의 고통의 정도 및 형벌의 균형이나 범죄의 일반 예방적인 견지에서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문동 살인사건에 대한 혐의는 증거부족으로 제외되었으며, 2006년 다른 연쇄살인범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2008년에 나홍진 감독이 이 사건을 ‘추격자’라는 타이틀로 영화화하여 흥행에 성공하였다.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유영철의 살인 자백은 끝나지 않았다.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04년 서울 종로구 원남동의 한 5층 건물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살인사건을 추적했다. 제작진은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 유영철을 주목했다. 유영철은 체포당했을 때 원남동 살인을 본인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당시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장이었던 강대원도 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유영철이 잡혔을 때) 전과 14범이었다. 출소한 지 1년 밖에 안 됐더라”고 입을 열었다. 강대원은 유영철의 소지품 중 가짜 경찰 신분증에 매달린 18K 금속 줄을 수상히 여겼다. 알고 보니 살해한 여성의 발찌였다. 이를 추궁하자 유영철은 “30분만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유영철은 종이위에 본인이 저지른 살인사건에 대해 한참을 써내려 가더니 “내가 밝히면 여기 있는 전체 직원들 다 특진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곧 유영철은 원남동 살인 사건에 대해 본인이 저지른 게 아니라고 번복했다. 경찰이 “그렇다면 범행 현장의 건물 구조는 어떻게 알았냐”고 묻었다. 유영철은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3층 귀금속 공장 등의 특징을 묘사한 기사는 없었다. 그럼에도 유영철이 끝까지 입을 다물자 사건은 밝혀지지 않고 미제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영철의 초기 범죄의 동기가 종교혐오 때문이라는 그의 진술에 주목했다. 실제로 유영철이 부유층을 대상으로 벌였던 범죄가 주로 대형 교회 근처였던 점을 지적하며 원남동 사건 역시 피해자 집 근처에 교회가 있다는 공통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