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이건희 회장, 올 상반기 주식차액 7571억원으로 1위

입력 2016-07-01 10:57
6월 30일 찌라시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나돌아 증시 등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그만큼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서 이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상징적 소동이었다.
 
실제 올해 주식성적표에서 병상에 있는 이 회장의 파워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올 연초 대비 상반기 말 주식평가액이 이 회장은 7571억원 오른 반면 아들 이재용 부회장은 1조3000억원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전체 주식평가액도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27개 대기업 집단 중 총수가 있는 그룹의 오너 경영자(총수 및 주요 후계자) 19명을 대상으로 1월 4일 대비 6월 30일 주식평가액 기준을 조사한 결과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이 기간 6.8% 올라 주식평가액이 7571억원 상승했다고 1일 밝혔다. 반면 이 부회장의 주식가치는 17.3%나 떨어지면서 손해액이 1조3188억원에 달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두 부자의 주식성적표는 삼성SDS에서 갈렸다. 6월 30일 기준 이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 주식 수만 해도 711만 6555주(보통주 기준)나 되는데 해당 회사 주가가 6개월 새 42.7%나 주저앉았다. 삼성SDS의 지난 1월 4일 종가는 25만 500원이었지만 6월 30일 14만 35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영향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SDS 주식 가치는 연초 2조 1804억원에서 6월말 1조 212억원으로 감소하고 말았다. 삼성SDS 주식을 비교적 적게 보유한 이 회장은 10억 원 정도만 손실을 보는데 그쳤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1월 4일 대비 6월 30일에 18.3%나 상승, 이 회장의 지분가치가 연초 6조7억원에서 상반기 말에는 7조 1292억원으로 점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지분을 상대적으로 적게 보유한 이 부회장은 지분 가치가 1848억원 오르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룹 오너들의 올 상반기 주식성적표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조사 대상 19명의 그룹 오너 중에서는 13명이 연초 대비 상반기 말에 주식평가액이 하락했다. SK 최태원 회장은 1월 초 3조8675억원에서 6월 말 3조3351억원으로 5324억원이 줄었고 CJ 이재현 회장도 5239억 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검찰 수사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두 부자도 각각 2173억원, 4014억원이나 되는 주식평가액이 쪼그라들었다. 액면 분할한 롯데제과 지분 가치 하락을 필두로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손해보험 등에서 고전했다. 롯데 두 부자가 갖고 있는 상장 주식 종목 중에서는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 가치만 상승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도 반년 사이에 주식 가치는 2491억원 줄었고 신세계 이명희 회장(-1247억 원), LG 구본무 회장(-1051억 원)의 성적표도 저조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6명은 주식평가액이 올랐다.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중공업 정몽준 대주주는 1월 초 대비 6월 말 주식평가액이 1543억원 높아졌다. GS 허창수 회장도 올 연초 3758억 원에서 상반기 말 4381억 원으로 622억 원의 주식평가액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OCI 이수영 회장(457억원), 영풍 장형진 회장(381억원), 효성 조석래 회장(249억원)도 올 1월초 대비 6월말에 주식성적표가 오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2만기업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지난 6개월 동안 국내 경기가 다소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국내 경기 침체, 하반기 주요 업종 구조조정 단행, 브렉시트 악재 등으로 인해 올 하반기에도 주식 시장 전망이 그리 밝은 것만으로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주요 그룹 오너들의 주식평가액 순위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11조9941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6조2924억원), 3위는 현대차 정몽구 회장(4조4069억원)이 차지했다. SK 최태원 회장(3조3351억원), CJ 이재현 회장(2조5746억 원),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2조5622억원), LG 구본무 회장(1조 2762억원), 신세계 이명희 회장(1조2504억원), 롯데 신동빈 회장(1조651억원)도 1조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