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오 사건에서 병원 측 책임을 제한하는 관행은 막연한 추측에 따른 것으로서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환자 측 잘못이 없을 때에도 병원 책임을 감해주던 그간의 의료사고 관련 판결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양악수술 부작용으로 전신이 마비된 이모(30·여)씨와 이씨의 가족이 부산의 모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의 책임을 3분의 2로 제한한 원심 판결을 파기,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2010년 12월 교정 목적으로 양악수술을 받은 뒤 회복하던 중 갑작스런 통증을 호소하다 소위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당시 의료진은 호흡이 곤란하고 잠을 자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이씨에게 거듭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 자가호흡이 가능하다고 보고 약물만 투여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씨에게는 결국 호흡부전이 발생했고, 병원의 인공호흡기 사용 조치에도 불구하고 저산소성 뇌손상을 겪게 됐다.
이씨의 가족은 병원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병원의 책임 범위가 손해액의 80%로, 2심에서는 66%로 제한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 판결은 손해배상사건에서의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고는 병원이 수술 후 경과 관찰이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에서 병원 측 책임을 제한하려면 더욱 충분한 심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후 예상되는 후유증과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위험을 회피할 대처방법은 무엇인지, 병원이 그러한 방법을 취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데도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통상 의료과오 사건에서 행해지는 책임제한 비율이라는 것도 막연한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고도 지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大法 “의료과오사고 시 병원 측 책임 제한, 더 꼼꼼히 살펴야”
입력 2016-06-30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