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신데렐라’가 몽골 여전사가 되어 돌아왔다. 마블 히어로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배우 수현(본명 김수현·31)이 제작비 1000억원에 달하는 미드(미국 드라마)에 출연했다. 한국 여배우로서는 거의 독보적인 글로벌 행보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그를 만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인사를 건네자 수현은 “비행기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며 웃었다. ‘어벤져스2’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쉴 새 없이 작품을 찍었으니 그럴 만하다.
오는 7월 1일 선보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르코 폴로 시즌2’에서 수현은 시즌1에 이어 비중 있는 역을 맡았다. 13세기 탐험가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담은 작품. 극 중 수현은 몽골의 강인한 여전사 쿠툴룬을 연기했다.
다양한 액션신을 소화했기에 준비 기간만 8개월이 소요됐다. 레슬링, 유도, 주짓수, 크로스핏, 복싱 등을 배우며 체력 단련했다. 승마와 활쏘기는 기본. 몽골 칼싸움과 중국 무슈까지 따로 훈련했다. 수현은 “시즌1 때에는 무술을 못하니까 자세 취하기에 급급했다”며 “훈련을 받고 나니 심리묘사나 내면 연기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촬영 당시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다만 낙마 사고를 여러 번 당했다. 몸 구석구석에 멍을 달고 살았다. 악몽과 트라우마에 시달려 ‘못 하겠다’ 싶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말에서 떨어져도 바로 다시 올라 탈만큼 익숙해졌단다.
‘다치더라도 날 한 번 던져보자.’ 모든 배우들이 한 마음이었다고 그는 얘기했다.
마르코 폴로 촬영 현장에서는 배우가 여유를 갖고 연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분위기가 주어졌다. “호강했다”고 표현할 만큼 배려를 받았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MBC 드라마 ‘몬스터’ 촬영장에 합류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아, 참 다르구나. (진짜) 한국에 왔구나.’
빠듯한 스케줄에 쫓기는 한국 드라마 현장에 적응하기도 벅찼을 텐데 수현은 할리우드 영화 ‘다크 타워’ 촬영도 병행했다. 출국과 귀국을 반복하는 생활을 했다. 이 무리한 일정을 강행한 건 “놓치기 싫은 기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수현은 “해외와 국내 중 어느 활동에 더 치중하겠다는 계획은 없다”며 “외국에서도 많은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고, 스케줄을 맞춰 한국 작품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지금껏 해온 차도녀 이미지의 역할도 좋지만 일상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특히 해외 활동에서 이루고자하는 목표가 명확하다. 수현은 “아직도 외국에서는 작품 속 아시아인 이미지가 전형적이거나, 혹은 역할 자체가 많지 않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해외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인들이 보는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인종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수현은 영화·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끊임없이 오디션을 보고 있다. 차기작 그림도 어느 정도 그려진 상태다. 본인은 “조만간 휴가를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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