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했던 경찰, '여고생 성관계 은폐' 특별수사 통할까

입력 2016-06-30 18:30
강신명 경찰청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사건’ 은폐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부랴부랴 특별조사단까지 꾸렸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이지만 결국 경찰 스스로 조사하는 한계를 넘지 못해 ‘셀프 조사’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뒤늦게 ‘특별조사단’ 편성

경찰청은 30일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고 “부산 학교전담경찰관 사건 관련하여 제기되는 문제점과 의혹들을 명백히 밝혀내기 위하여 특별조사단을 편성하여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건이 언론보도로 불거지기 20여일 전 경찰청이 해당 사건을 보고받고도 묵인한 사실이 드러난 지 하루 만이다.

조사단은 학교전담경찰관이 담당 학생과 성관계를 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내부 보고 과정상 문제점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총괄한다. 단장에는 감찰·수사 경력이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조종완 3부장(경무관)을 임명했다.

수사지도팀은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장(총경)을 팀장으로 여성청소년 전문경찰관, 변호사 자격증을 지닌 경찰관 등 5명으로 구성했다. 감찰·감사 담당 경찰관 등 17명으로 구성한 특별감찰팀은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총경)이 팀장을 맡았다.

경찰청은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간 제기된 문제점을 비롯한 제반사항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잘못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경찰청 지휘부 ‘책임 회피’ 의혹

경찰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과 의심의 눈초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전날 해당 사건에 대한 해명을 위해 기자들을 만난 이철성 경찰청 차장은 “언론보도가 나기 전까지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불신을 의식한 듯 수차례 “제 말도 안 믿을 것 같다”고 했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청 이모 감찰과장은 지난 5일 같은 부서 계장에게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4일 장신중 전 강원 양구경찰서장이 페이스북에 해당 사건을 폭로하고 다음날인 25일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자신이 미리 알았다는 사실을 숨긴 채 윗선에 진상 보고만 올렸다고 한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 차장 등 지휘부 역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통상 경찰관 비위 사건은 예외 없이 보고된다는 경찰 설명과 배치된다. 이 차장은 학교전담경찰관 사건의 경중을 묻는 질문에 “큰 건”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강 청장 등 지휘부는 해당 사건이 언론보도 등으로 알려진 뒤에도 자신들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청 지휘부가 사건의 사실관계를 제대로 보고받았다는 시점은 29일 아침이다. 경찰청이 사전에 알았다는 사실이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들을 인용한 언론보도로 드러난 뒤다.

결국 ‘중이 제 머리 깎기’

경찰이 특별조사단을 꾸렸지만 의혹과 문제점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모두 경찰 직원인 특별조사단이 경찰 지휘부의 입김과 눈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 때문이다.

경찰은 강 청장과 이상식 부산지방경찰청장 등 지휘부도 감찰조사 대상이라고 했지만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선언적 발언’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감찰관들이 인사권자인 지휘부를 상대로 질문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만만치 않다.

경찰이 경찰청 소속이 아닌 경기남부경찰청 고위간부를 특별조사단장에 앉힌 것은 조사단 활동의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경찰 조직 내에서 누가 단장을 맡더라도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특별조사단장을 맡은 조 경무관은 경찰대 2기로 강 청장과 동기다.

강 청장이 2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다음날 특별조사단까지 꾸린 만큼 빈손으로 조사를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책임을 피하게 된 지휘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