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롯데그룹 수사가 ‘일본 롯데’의 두꺼운 벽에 막혀 고전 중이다. 일본의 롯데 계열사들은 주요 범죄 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롯데 계열사에는 우리 사법당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아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추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일본 롯데홀딩스의 구조·자료까지 함께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99% 이상 보유하고 있다. 외견상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다.
여기에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서로 복잡한 지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각종 배당이나 내부거래 등으로 자본거래가 무수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일본 롯데 계열사 36곳, 한국 롯데 계열사 93곳 가운데 상장회사는 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비상장회사여서 외부에서 거래 관계 등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당장 롯데케미칼은 일본 롯데물산과의 거래내역 등을 제출해 달라는 검찰 요구를 거부했다. “일부 일본주주가 반대한다”는 게 이유다. 롯데케미칼은 화학원료를 수입하면서 일본 롯데물산을 중간에 끼워 넣어 ‘통행료’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30일 “일본 롯데물산 회계자료를 받아야만 제기된 의혹을 명확히 밝힐 수 있다”며 “일본 당국과의 사법공조도 추진하고 있지만, 협조를 받는다 해도 최소한 수개월은 걸린다”면서 답답해했다.
최근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스위스 페이퍼컴퍼니 로베스트 관련 조사도 난관에 봉착했다. 로베스트는 롯데계열사 주식 거래를 통해 신 총괄회장에게 수백억대 이익을 안겨준 ‘비자금 저수지’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스에 소속된 회사이다 보니 자금 유입이나 투자 내역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모든 자료는 일본 롯데에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건설자금 역시 일본 롯데홀딩스와 연관이 있다. 롯데 측 관계자는 “제2 롯데월드 건설 자금의 일부는 일본 롯데홀딩스 등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에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자금 성격을 상세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 롯데그룹을 통해 총수일가가 축적한 비자금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거치면서 투자자금으로 세탁돼 한국에 재투자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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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라면서… 일본 롯데에 막힌 롯데 비자금 수사
입력 2016-06-30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