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인터뷰③] "부모님은 기획사 들어가면 아나운서 되는 줄 아셨다"

입력 2016-06-30 15:26 수정 2016-06-30 17:59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서현진은 오랫동안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살았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 왔고, 성실하게 주어진 역에 충실하면서 방송가에서는 실력 있는 배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럼에도 서현진에 대해 대중이 아는 이야기들은 많지 않다.

서현진은 어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까. 서현진은 29일 서울 강남구 빌라드베일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극 중 박도경처럼 마지막 순간 후회가 되는 일이 있다면, 오랫동안 했던 한국무용을 그만둔 것”이라고 말했다.

서현진은 4살 때 한국무용을 시작했다.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들어가기 힘든 국립국악중학교에 입학했고, 국립국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한국무용 꿈나무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코스를 밟았던 것이다. 하지만 고1 때 길거리 캐스팅이 되면서 삶의 궤도가 바뀌었다.

“어떻게 바로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는지 모르겠어요. 그 학교가 전학을 올 수도 없고, 가는 일도 없는 학교였거든요. TV를 잘 안보시던 부모님은 기획사에 들어가면 아나운서가 되는 줄 아셨다나봐요. (웃음) 그러고 1년을 후회했어요. 지금은 연기하는 게 좋지만, 그 때 관둔 건 좀 아쉬워요.”

무용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는 배우 한예리가 서현진과 동창이라고 한다. 서현진은 “한예리씨는 투잡이에요. 굉장히 부러워요. 현명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투잡을 할 수 있어서 한국무용을 그만둔 걸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무용은 집중도가 굉장히 높은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연기하는 게 좋은 것도 집중하는 게 좋아서거든요. 한국무용을 하던 시절, 가장 집중도가 높았던 때를 보냈던 게요. 그리고 자기만족이 되게 크거든요. 그게 좋았어요.”



서현진은 최근 과거 걸그룹 밀크를 함께 했던 배우 박희본 결혼식에 참석했다. 박희본 결혼식 때 굉장히 많이 울었다고 한다.

“사연 있는 여자처럼 너무 울었어요. 창피할 정도로 울었는데, 부럽기도 하고 좋은 사람 만난 게 기뻐서 그랬어요. 결혼을 한 게 굉장히 용기 있다고 생각해요. 전 결혼이 하고는 싶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아직 많이 하거든요.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남자를 만나는 건 어떤 느낌일까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요.”

슬럼프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어떻게 겪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묻는 것에 대해 서현진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전 슬럼프 이야기 안 하고 싶어요. 내가 아팠던 일을 누가 아는 게 보통은 싫잖아요. 짐작하시다시피 힘든 시절을 겪긴 했죠. 어떻게 극복을 했냐면, 저는 극복을 하지 않았어요. 버텼어요. 극복이 안 되지 않나요? 극복이 되면 인간 승리인 거고요. 저는 그냥 시간이 지나가길 바랐고, 다른 거 할 줄 아는 게 없고, 다른 거 할 용기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그냥 보내면 너무 초라한 것 같으니까, 연기학원을 꾸준히 다녔고요”

그렇다면 시간은 그 모든 걸 해결해 줬을까. “더 나이가 들면 해결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여전히 제가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여전히 어느 정도 제 마음 속에 있어요. 그 때 힘들었던 시기에 친했던 친구들이 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다행이라고는 생각해요.”

서현진은 오해영처럼 솔직했다. 다만 오해영보다 조심스러운 듯 보였고, 오해영보다 속 깊은 여자 같았다. 스타덤에 올랐지만 서현진은 “이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흘러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서현진은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드라마를 재밌게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그리고 좋게 봐주셨다는 게 정말 다행이다”라고 마지막으로 소감을 밝혔다.


[사진=점프엔터테인먼트, tvN 제공]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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