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작고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제주 서귀포 대선 유세에서 발음 실수로 “제주도를 강간(관광)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해 오랫동안 유머 소재로 쓰였다. 후일 이 이야기는 유머집 ‘YS는 못 말려’에 가공돼 실리기까지 했다.
수십년이 흐른 최근 동유럽 벨라루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0년 넘게 철권통치 중인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의 연설 중 발언 때문이다.
벨라루스의 러시아어 인터넷매체 ‘TUT.BY’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국회에서 경제문제를 주제로 연설을 했다. 문제는 러시아어 연설 중 “옷을 벗고 땀 흘릴 때까지 일하라(надо раздеваться и работать до седьмого пота)”고 들린 문장이었다.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 발언 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раздеватьсяиработат(직장에서 벗기)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직장에서 찍은 누드 사진을 올리고 있다. 사무실 뿐 아니라 주방, 밴드 연주실 등 장소도 다양하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해당 문장의 발음이 러시아어로 ‘스스로를 계발하다’라는 뜻의 문장과 발음과 유사하다고 설명하며 루카셴코 대통령이 본래 이렇게 말하려 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이 해시태그는 벨라루스 뿐 아니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유럽 국가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4년 취임한 뒤 구 소비에트연방의 경제정책을 계승하면서 26년 넘게 철권통치를 펼치고 있다. 때문에 서양 언론은 벨라루스에게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