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정규직 전환 파견근로자, 첫 파견 만료일부터 호봉 따져야”

입력 2016-06-29 19:37
여러 차례 파견 근무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 파견근로자의 호봉 산정 기준일은 첫 파견만료일이 돼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과 사측이 이후 파견근로자의 최초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설정했다면 무효라고도 판단했다. 파견근로자의 권리보호를 명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노동계와 재계에 큰 시사점을 남길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강모(39)씨 등 근로자 11명이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호봉정정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근로자들의 호봉을 승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취지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은 옛 파견법에 따라 근로자 파견이 2년을 넘어 지속될 경우 곧바로 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등 제3자와 사업주가 합의해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설정하는 것은 법 취지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직접고용 간주 규정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에게 이미 귀속된 권리를 파견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 없이 소급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강씨 등은 금호타이어와의 도급 계약에 따라 4~13년간 파견근무를 하다 2004년 3~9월 신규직원으로 정식 채용됐다. 이들이 속한 비정규직 노조가 2003년 노동청에 파견법 위반 진정을 내 “파견법을 준수하라”는 시정지시가 내려진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 기존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노조가 사측과 함께 신규 채용 파견근로자들의 호봉을 1호봉으로 책정하는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며 갈등이 생겼다.

금호타이어는 노조와 협의된 신규채용일부터 1호봉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강씨 등은 최초 도급 계약이 실질적인 근로파견 계약이었다며 회사가 1998년 7월을 기준으로 호봉을 따져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호봉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과 2심 역시 첫 파견근무기간 2년이 끝나는 시점을 호봉 산정 기준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호타이어가 상고했지만 원심과 판단이 일치했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상고비용도 금호타이어가 부담하게 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