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메이드’ 똘끼 가득 열혈 청춘, 그 찬란한 기록

입력 2016-06-29 18:08

[리뷰] 빅뱅(BIGBANG)의 팬들은 참 좋겠다. 이토록 실력 있는 그룹과 함께한 10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넘치는 성실함과 매력까지 갖췄더라. 영화 ‘빅뱅 메이드’를 보는 114분 동안 그들과의 지난날을 즐거이 추억할 수 있겠다.

빅뱅 메이드는 빅뱅 데뷔 1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한국과 북중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13개국 32개 도시에서 66회에 걸쳐 진행된 빅뱅의 두 번째 월드투어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 그 치열했던 340일간의 여정은 멤버들의 땀과 열정, 진심으로 꽉 들어차있었다.

빅뱅은 과거에도 공연 실황이 담긴 영화를 선보인 적이 있다. 2010년 빅뱅 라이브 콘서트 ‘BIGSHOW’와 2013년 지드래곤 솔로 월드투어 ‘원 오브 어 카인드’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빅뱅 메이드가 특별한 건 멤버들의 무대 뒤 진솔한 모습까지 만나볼 수 있어서다. 평소 ‘똘끼’와 장난기가 넘치는 다섯 청년. 무대에만 올라가면 신기하리만큼 다른 사람이 된다.


영화는 꽤 그럴싸한 자동차 추격신으로 문을 연다. 난 데 없는 총격신까지 이어진다. ‘이게 뭐야?’ 의아할 무렵 수천여명 관객이 꽉 들어찬 공연장 전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뱅뱅뱅’. 이때 스크린X의 진면목을 실감하게 된다.

이번 투어는 처음부터 스크린X 개봉을 목표로 쓰리캠(3CAM)으로 촬영해 완성도를 높였다. 전면 스크린과 양옆 벽면에까지 영상이 뿌려진다. 3면 스크린이 야광봉 든 관객들로 가득 수놓아지는 순간 실제 공연장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공연 전 리허설 때 진지한 빅뱅의 모습이 왠지 낯설다. 계획한 대로 진행이 되지 않자 멤버 전원은 심각해진다. 그리고는 저마다 하나씩 문제점을 콕콕 짚어낸다. 리더 지드래곤(권지용)은 싸늘한 표정으로 “정신 좀 차리자”며 스태프들을 독려하기도 한다. 진정한 프로다.


무대에 올랐을 때 모습은 더욱 놀랍다. 10년 경력이 어디 가지 않는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노련한 무대매너에 덩달아 신이 난다. 한창 흥이 올랐을 무렵 절묘하게 전환되는 화면. 멤버들 개인 인터뷰나 대기실 모습,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등이 적절하게 배치됐다. 지루하지 않은 연출이 돋보인다.

역시 제일 재미있는 건 평범한 청년과 다를 바 없는 빅뱅의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댄서, 스타일리스트, 헤어디자이너, 메이크업 담당자들과 친동생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승리(이승현)가 샤워하는 모습을 몰래 찍었다가 나중에 태양(동영배)에게 대신 복수를 당한 탑(최승현)은 고래고래 차진 욕을 쏟아내기도 한다.

장면마다 각 멤버들의 성격이 묻어난다. 지드래곤은 몸에 타투를 새긴 사실을 숨기다 결국 엄마에게 들키고 “더하면 지저분하고 거지같다”는 핀잔을 듣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세심한 태양은 도시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 한참 동안 심각하게 고민하고, 무던한 대성(강대성)은 원치 않는 내기에서 져 생돈 1400만원을 날리게 된 마당에도 허탈하게 웃고 만다.


후반부에는 한층 진솔한 이야기로 들어간다. 멤버들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결심하게 된 과정부터 군 입대를 앞둔 심경까지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표현은 조금씩 달라도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하나였다. 언제까지고 빅뱅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하자는 약속과 믿음. 지드래곤은 “우리도 롤링스톤즈처럼 50~60살이 돼서도 막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빅뱅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엔딩 크레딧에는 이 영화를 내놓는 빅뱅의 마음을 대변하는 한 줄이 담겼다. ‘다 끝났나?’ 싶었을 때 나오는 앙코르 영상도 놓쳐선 안 된다.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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