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 동반사퇴 결정에 앞서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끝내 직을 던진 안 대표는 담담한 표정으로 당대표실을 나왔고, 천 대표는 자신을 ‘사퇴한 대표’라 칭하며 말을 아꼈다.
29일 오전 일찍부터 안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거취 문제를 두고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오전 7시 ‘정책 역량 강화 워크숍’ 참석 직전, 안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말없이 웃기만 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우리 대표님이 그런 것(사퇴) 하는 거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워크숍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 사전회의는 두 공동대표 사퇴 여부를 논의하며 예정보다 1시간이나 길어졌다. 당 최고위원인 박주선 의원은 “지금 당을 수습하는 것이 목적이지 현실을 도피해서는 안 된다. (안 대표 사퇴에) 나는 반대했다”며 중간에 나와 자리를 떴다. 결국 장시간 토론에서도 안·천 공동대표의 거취를 정하지 못한 채 최고위원회가 열렸다.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 회의 도중 한 당직자가 급히 인쇄된 당헌·당규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해당 항목에는 당 대표 궐위(闕位) 시 대응 절차가 적혀있었다. 이때부터 사실상 안 대표 사퇴 이후 당 운영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사퇴설도 급격히 국회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결국 두 대표는 진통 끝에 공동퇴진에 합의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천 대표는 당대표실 문을 열고 나오며 기자들 앞에서 즉시 퇴진 의사를 밝혔고, 안 대표도 브리핑을 열고 사퇴를 선언했다.
안 대표 사퇴 의사는 전날부터 논의됐지만 천 대표를 포함한 동반퇴진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처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두 대표는 오전 회의에서 ‘전날 당대표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면 바로 오늘 사퇴로 뉘우쳐야지 좌고우면, 우왕좌왕해선 안 된다’며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 사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리베이트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지 21일만이다. 안 대표는 그간 4차례나 사과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 당헌 가져와” 급박했던 최고위…리베이트 의혹 사태발생부터 사퇴까지
입력 2016-06-29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