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던져 창당했던 안철수 다시 몸 던지며 승부수

입력 2016-06-29 16:32 수정 2016-06-29 19:51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총선 전 몸을 던져 제3정당을 창당해 성과를 거뒀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또 다시 백의종군 승부수를 던졌다. “당이 위태롭다”는 당내 만류에도 리베이트 의혹을 바라보는 국민적 분노를 감안해 이를 강행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물러섰던 ‘철수 정치’의 반복이라는 비판, 명시적인 사태 수습을 위한 결단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부터 안 대표의 사퇴 의중은 확고했다”며 “안 대표가 국민을 실망시킬 수 없고 앞으로 더 잘하자는 차원에서 사퇴를 주장했는데 그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당의 발전과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하기로 약속했고 소중한 잠재적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에 향후 주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천정배 공동대표 역시 안 대표의 거듭된 설득에 동반 사퇴를 결정했다. 천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 “공동대표 체제 특성상 이런 문제들을 한 사람이 성급하게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거취 문제에 대해 두 대표 사이에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했다.

안 대표의 사퇴 결정은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리베이트 의혹 수사가 확대되는 데 따른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당헌·당규에 따라 관련자를 엄벌하겠다’는 거듭된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비판이 잦아들지 않는데 대한 정치적 승부수다.

이번에도 ‘철수 정치’의 모습이 재현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선 나온다. 주요 선거 국면에서 보인 양보, 사퇴 행보의 연장선상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측근 비리로 확대될 경우엔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당내 문제에 대한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고 나선 만큼 결이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안 대표 측은 “어떤 대응책을 내놓아도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 대표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며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철수 정치냐”라고 반문했다.

안 대표는 당초 내년 초 예정된 전당대회 전 까지 대표직을 유지한 뒤 대권행보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당분간 대외 행보를 자제하면서 국회 상임위 활동 등 의정 활동에 전념할 전망이다. ‘3대 혁명’과 ‘미래 일자리’ 이슈 등 그가 추진해온 정책 기조에 대한 대외 메시지 역시 당분간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 권력 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안 대표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지도체제의 ‘색깔’이 그의 대권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숙의 시간이 전화위복이 될 거란 시각도 있다. 한 당 관계자는 “만일 박 의원이 불기소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안 대표 사퇴가 재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당은 검찰의 수사 기록을 보며 법적 다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