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동상이몽에 장고 거듭하는 최경환

입력 2016-06-29 16:23

동상이몽(同床異夢). 여권 주류 친박(친박근혜)계의 요즘 분위기다.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핵심 인사들의 셈법이 제각각이다 보니 현안에 대한 입장, 심지어 한 자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자신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가 당권 장악을 위해 팀플레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박 내 교통정리가 늦어지면서 좌장인 최경환 의원의 장고도 거듭되고 있다.

지난 23일 최 의원과 유기준 정우택 한선교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 의원들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식사 회동을 가졌다. 총선 후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 때 유 의원의 출마를 만류했던 최 의원이 미안한 마음에 마련한 자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회동 후 ‘최경환 전대 불출마설’이 흘러나왔다. 최 의원 측은 펄쩍 뛰었다. “출마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고 최 의원이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이 왜곡돼 전달됐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차기 당권은 재집권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 수 있는 토양을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이 들어서야 한다는 최 의원의 소신은 강하지만 출마 여부는 아직 결정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 자리에서 최 의원이 “당 대표 선출은 현행대로 ‘1인2표제’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전언도 있었지만, 최 의원 측은 이 역시 부인했다.

당 일각에선 “친박계 인사들이 최 의원을 팔아 자기 장사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전대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나 규칙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최경환 불출마설’ 등을 퍼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친박 내부의 혼선을 두고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력 약화에 따른 친박계 분화’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친박계에서는 이주영, 원유철, 홍문종, 이정현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이나 후보 단일화 논의는 진전이 없다. 이정현 의원은 29일 라디오인터뷰에서 “당권 레이스에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제안도 받은 적도 없지만 받는다손 치더라도 저는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단일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박명재 사무총장을 준비위원장으로 하는 전대 준비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또 다음달 6일 의원총회를 열어 지도체제 변경과 모바일 사전투표 도입 문제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비대위는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꾸기로 지난 14일 의견을 모았고 비박계는 이를 지지한다. 그러나 친박계는 현행 집단지도체제 유지를 주장하고 맞서고 있어 계파 충돌이 예상된다.

쟁점은 비대위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개편하기로 하면서 도입키로 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분리 선출 규정이다. 기존 ‘2인 연기명 투표’(1인2표) 방식에서는 최다 득표로 당 대표가 되지 못하더라도 순위 안에만 들면 최고위원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규정이 바뀌면 당 대표에 출마할 정도의 중량감 있는 후보더라도 당 대표 선거에서 떨어지면 최고위원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당의 인재 풀을 스스로 좁힐 수 있다며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친박계 주장에 대해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이미 비대위에서 결정된 단일지도체제안을 바꿀 수 없다”며 “그런 주장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