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공동대표 전격 사임...혹독한 생존 시험대 오른 국민의당

입력 2016-06-29 16:23 수정 2016-06-29 18:45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4·13 총선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악전고투 끝에 괄목할만한 총선 성과를 거뒀던 국민의당은 두 달여 만에 닻을 잃고 높은 파고(波高)에 직면하게 됐다.

안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왔다”며 “국민의당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저와 국민의당은 앞으로 더 열심히 주어진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호남 계보를 대표했던 천정배 공동대표도 동반 퇴진했다. 천 대표는 “저희 두 사람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직을 사퇴한다. 앞으로도 우리 당과 정권교체를 위해서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2일 들어선 공동대표 체제도 약 5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선 이를 강력하게 만류했지만 안 대표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당내에선 안 대표 개인의 무게감, 야권 단일화 압박을 거부한 안 대표 판단 등에 힘입어 총선 성과를 낸 만큼 안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각 두 차례씩 이어졌던 최고위 회의, 의총에서부터 사퇴 의사를 밝혔던 안 대표는 이틀 만에 백의종군 의지를 관철시켰다.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고의원들이 거의 전원 만류했지만, 누군가는 책임져야 된다는 책임정치의 모습을 위해서 두 대표가 사퇴했다”고 말했다.

일부 최고위원도 안 대표를 따라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안 대표 개인에 의지하는 경향이 컸던 탓에 공당으로서 혹독한 생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 등 원외 인사의 영입 가능성도 나온다.

안 대표의 사퇴 결정이 내년 대선 가도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책임정치 의사를 높게 평가해 당 지지율이 회복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 당이 캐스팅보터로서 입지를 넓히던 상황에서 당이 공멸(共滅)할 경우 정치적 기반을 모두 상실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안 대표는 2014년 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직을 한 차례 사임했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